[脈] 등떠밀린 큰 손들 길을 잃다

입력 2013-02-13 15:33   수정 2013-02-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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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이 `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매월 10일 전후에 발표되는 이 자료는 전달 국내 자금흐름의 변화를 한 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자료로 단기적 흐름을 파악하는데 매우 요긴한 자료다. 이번에 발표된 1월 동향이 주목 받았던 이유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예상보다 더 많이 낮아지면서 이른바 `큰 손`들이 자금을 어떻게 이동시켰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융권이나 언론에서 요란하게 외쳤던 것과는 달리 큰 손들의 자세는 일단 `정중동(靜中動)`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한은 자료에는 보험권 수치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나 은행에서 판매를 중단했던 `즉시연금`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갔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즉시연금이라는 변수는 일회성 요인이 강하기 때문에 이 부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난달 시중자금의 흐름은 여느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료 : 한국은행 1월중 금융시장 동향)

저축성예금 가운데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몰려있는 `정기예금`으로는 1조8,522원 가량이 유입됐다. `세금대란`을 예상하고 작년 하반기에만 정기예금에서 14조7,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사항은 아니다. 저금리 장기화 가능성으로 관망세의 성격이 강한 MMF가 13조8,000억원으로 비교적 크게 증가했지만 MMF는 주로 법인들의 자금운용수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특정금전신탁`과 `신종펀드`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탁금을 고객이 지정한 운용방법과 조건에 따라 운용한 뒤 운용수익을 배당하는 신탁을 말한다. 고액자산가들이 애용하는 전통적인 자금운용수단인데 1월에만 4조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굳이 추세를 찾자면 2011년 6월말 현재 52조6,000억원의 특정금전신탁 잔액이 1월말에는 68조원 가량으로 1년 반만에 30%가량 증가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신종펀드인데 1월 분리과세로 관심을 받았던 `유전펀드`나 재간접펀드, ELS 등을 활용한 파생상품펀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1월말 현재 신종펀드 잔액은 84조8,000억원으로 이 역시 특정금전신탁과 비슷한 속도로 가입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선방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중자금 흐름에 세금대란발 지각변동이 생겼다고 결론 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채권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기예금만 가입해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던 자금들이 길을 잃은 것 같다. 등 떠밀려서 위험자산에 투자는 해야겠지만 수익성과 안정성 면에서 이미 검증된 특정금전신탁과 신종펀드가 `구관이 명관`이 된 모습이다. 대통령선거에 가려 국회를 유령처럼 헤매던 `자통법`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위험자산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유동성과 검증된 수익성과 안정성은 필수 요소다. 다양한 자본시장 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하루 빨리 열어주지 않는다면 길을 잃는 뭉칫돈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자금이 넘쳐나지만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개인이나 기업이 늘어나는 기형적인 현상도 악화될 수 있다. 혹은 이제는 결국 `부동산 밖에 없다` 등의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불균형`, `쏠림`은 경제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과 승용차, 유조선도 중요하지만 벌어들인 돈을 마음놓고 굴릴 수 있는 마당도 필요하다. 새로운 투자처와 투자수단(vehicle)이 아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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