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한국 부자들이 숨겨 놓은 ‘검은 돈’ 얼마나?

입력 2013-04-29 16:54   수정 2013-04-29 17:16

최근 들어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 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용어 중의 하나가 ‘조세피난처’와 ‘검은 돈’의 향방이다. 본래 조세피난처는 마약, 매춘, 각종 리베이트관련 검은 돈이 세탁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후 슈퍼 리치들의 검은 돈의 은신처로 그 성격이 변해 왔다.

대부분 조세피난처는 개인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원천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시에도 아주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등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국가나 지역을 가리키는 말한다. 이 지역은 세제상의 우대 조치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 회사법 등의 규제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3대 조세피난처로 케이먼 군도와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가 꼽혔다. 그 중에서 헤지펀드들이 본거지로 가장 많이 택했던 곳은 조세천국지역으로 인식됐던 케이먼 군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으로 다변화되고 온라인상으로도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국가별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조세피난처로 지목되거나 의심을 받는 국가는 약 50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¹

대부분은 카리브해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작은 섬나라들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없어 낮은 세율로 전 세게 자금을 끌어 모으는 금융업으로 먹고사는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 등 탈세감시단체들은 미국, 영국,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들도 조세피난처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을 조세피난처의 성격별로 구분해 본다면 바하마, 버뮤다, 케이먼 군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천국’ 으로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이 검은 돈의 은신처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반면 홍콩, 싱가포르,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피난처‘로 분류된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비과세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 활동에 대해 세금상의 특전을 인정해 주는 ’조세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헤지펀드들이 최근 들어 외형상으로는 부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 리서치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투자원금 규모가 1조 8천억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금융위기 직전의 1조 2천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단 투자원금 규모로만 본다면 금융위기 직전보다 50% 정도가 늘어난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헤저펀드 활동과 조세피난처에 대한 강력한 규제 속에도 불구하고 위기 전보다 투자원금이 급증한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양적완화와 중국 등 신흥국들의 환율방어 차원에서 불태환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시장개입, 즉 영구적 시장개입(PSI)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사상최고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또 다른 상징인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 가능금액)은 투자원금 규모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각종 헤지펀드들의 레버리비 비율은 평균 5배 내외로 위기 직전 한때 15배에 달했던 때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가장 먼저 투자하는 ‘스마트성과 투기성’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미국의 단일금융개혁법이 추진된 것이 가장 크다. 그 중에서 핵심인 ‘불커 룰’에 따라 복잡한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비율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와 차이가 없고, 금융산업 발전과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다시 풀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일한 맥락에서 헤지펀드들의 활동을 보면 그대로 들어난다. 투자대상별 헤지펀드를 구분할 때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투자성과를 내는 것은 글로벌 매크로 펀드와 상대가치형 펀드다. 글로벌 매크로 펀드는 통화와 채권을 주로 투자하고, 상대가치형 펀드는 저평가된 투자처를 발굴해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다른 투자주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글로벌 매크로 펀드가 통화와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심화되고 있는 경기와 정책, 금리, 통화가치상의 양극화를 겨냥한 투자전략이다. 상대가치형 펀드가 신흥국과 프런티어 마켓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은 세계경제 중심축이 빠르게 이들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주식헤지용 펀드의 활동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는 여건을 감안하면 주식헤지용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의외로 평가된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복잡한 파생상품 기법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이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볼커 룰’ 적용 이후 스위스 은행 등 그동안 슈퍼 리치들이 애용해 왔던 검은 돈의 은신처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조세피난처가 그 기능을 대신해 오고 있다. 스위스 은행 등은 금융위기 재발방지 차원에서 투명성 확보를 생명으로 하는 ‘볼커 룰’의 적용으로 더 이상 비밀창고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7월 비정부기구(NGO)인 조세정의 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최소 21조 달러의 검은 돈이 조세도피처의 비밀계좌에 은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이 규모는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신흥국의 검은 돈만을 집계한 것으로 선진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참사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버진아일랜드의 슈퍼 리치 재산규모는 전 세계 검은 돈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검은 돈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입는 세금 피해는 연간 1900억∼28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 때문에 올 4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5개국은 조세피난처를 통한 슈퍼 리치들의 탈세 방지를 위해 은행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데 합의했다. 유럽 내 최대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룩셈부르크도 동참 의사를 밝힌 만큼 유럽 은행 정보의 투명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스는 이미 미국 정부의 압력에 자국 은행의 비밀계좌 명단을 넘긴 적이 있으며, 유럽연합(EU) 자체적으로 조세 사기와 탈세에 대한 강력한 추적과 처벌기준을 강화했다. 우리도 조세피난처에 속한 있는 국가들과 정보교환 협정을 체결하는 등 등 최근 들어 빠르게 협력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온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의 명단 일부가 최근 전격 공개된 것을 계기로 검은 돈의 은신처로 조세피난처의 기능도 서서히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 푼의 세금이라도 아쉬운 각국 정부들은 조세도피처의 ‘검은 돈’ 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국재사회가 탈세 고삐를 강하게 당기면 당길수록, 검은 돈을 더욱더 깊이 숨기려는 노력도 교묘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조세당국과 탈세범들의 두뇌 싸움에서 과연 어느 쪽이 이길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과연 조세피난처가 축소될지 아니면 더 번창할지 그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 최근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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