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농업사회였던 중국은 철저하게 상업을 경시해왔다.
최소 자본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인의 모습이 ‘의(義)’를 중시하는 유가사회의 개념에 위배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에는 농업보다 월등하게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상업이 자칫 농업사회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배척당한 중국 상인들은 주류에 합류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로 농업사회를 움직이는 유가사상의 ‘의로움’과 상업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의 「화식열전」에서 그리고 있는 빼어난 경영 전략으로 큰 돈을 번 범려, 자공, 백규와 같은 상인들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성공담은 상업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사회 흐름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중국 역사 속에서 상업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 변화에 따라 뚜렷한 족적을 남긴 상인들의 삶을 통해 중국 상인의 정신과 행동양식은 물론이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직 우리 사회에 정립되지 못한 한국 상인의 정신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 담았다.
행성:B 잎새/이화승 지음/384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