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재난에 대처하는 사실적인 자세(감기)

입력 2013-08-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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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실제 일어날 법한 이야기는 큰 충격을 준다. 영화 ‘감기’(김성수 감독, (주)아이러브시네마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제작)는 사상 최악의 감기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덮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말이 감기지, 이건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다.



평화로운 경기도 분당. 여느 때와 똑같이 자신의 위치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순식간에 혼돈을 겪게 된다.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이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인데, 이 바이러스는 전파도 꽤 쉽다. 기침을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이는 주위에 고스란히 옮겨진다. 이후 이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고 이는 순식간에 분당을 마비시킨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라는 가정법에서 시작된다.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를 생각하다 조류독감으로 이어졌다. 감기처럼 쉽게 번지면서 파급력이 합쳐지면 살인까지 이어지는 바이러스. 막아야 되는 사람과 살아야 되는 사람들의 충돌, 모두가 옳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성수 감독이 말한 ‘감기’의 공포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러닝타임 129분. 영화의 시작은 감기 바이러스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늘 똑같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리 지루한 느낌은 없다. 119 구급대원으로 살아가는 지구(장혁)와 인해(수애)의 다소 운명적인 만남은 영화의 결말을 만들어가고 인해의 딸 미르(박민하)까지 합류하며 모양새를 차린다.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이건 단지, 재난 영화가 많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재난 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봤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모습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감기’를 본 후 유사하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영화를 참조하지는 않았다. 재난이 일어났을 당시의 모습들을 참고했다” 그래도 그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재난 영화의 결말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예측할 수 있다. 죽느냐 사느냐의 50% 확률이지만 대부분 후자 쪽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크린을 바라보면서도 분명히 주인공은 살아남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그렇기에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감기’는 극 초반, 적재적소의 웃음으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특히 유해진(경업)의 넉살은 보통의 대화도 웃음으로 풀어낸다.

단언컨대, 이 작품을 살린 것은 박민하의 연기력이 제대로 한 몫 했다. 어쩔 땐 웃음으로, 또 다른 상황에서는 애교로 지구를 살살 녹이는 미르. 인해를 꼭 닮아 똑 부러지는 성격에 웃을 땐 반달이 되는 귀여운 눈까지. 박민하는 ‘감기’ 속 미르가 아니라 미르로 인해 ‘감기’를 만드는 마법과도 같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부분도, 지루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6살 난 배우의 신공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재미로 보는 기자 생각
확실히 여름. 공포 스릴러물이 많다. 찌는 더위에 영화관에 앉아 오싹한 영화 한편 보는 것도 나름의 바캉스.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일상의 공포.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감기‘까지. 우리는 생활 속의 여러 가지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 극한의 공포 속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의 본능도 탐색 가능.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다보면 가정을 하게 되는데 이는 끔찍함의 절정. 특히 누군가가 기침을 하고 그 사람의 입 속에서 뿜어져 나온 바이러스가 같은 공간에 퍼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등장하는 히든 영상을 놓치지 말 것. 무척이나 소소하지만 끝까지 웃음을 주네 그 분이.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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