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유아인이 유독 돋보이는 '깡철이' 마법

입력 2013-09-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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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깡철이’(안권태 감독, 시네마서비스 (주)더드림픽쳐스 (주)팝콘필름 제작)는 깡패로 가득한 세상에서 깡으로 버티는 강철(유아인)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아인의 연기 농도는 더욱 짙어졌고 김해숙의 힘까지 받으며 더욱 강렬해졌다. 그런데 이 영화, 어딘가 석연치가 않다. 온갖 이야기를 섞고 버무려 비빔밥을 만들어놓더니 ‘갈 길을 잠시 잊어버린 게 아닐까’라는 우려까지 만든다.



이 영화는 부산의 부두 하역 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강철이와 아픈 엄마 순이(김해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돈 힘 능력 중에서 하나라도 있어야 살맛나는 거친 세상, 아픈 엄마까지 돌봐야하는 강철이는 엄마를 살려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을 가진 인물.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강철이는 유아인을 통해 더욱 힘을 얻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프닝 신.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목욕탕 굴뚝 신은 강철과 순이의 관계를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 흰색 뿔테 선글라스에 소녀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옷을 입은 순이, 순이의 말을 모두 들어주는 강철의 모습은 저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 여기에 푸른 하늘과 넓은 바다가 더해지며 동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이 순간, 두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유아인과 김해숙의 호흡은 두 말 하면 잔소리. 찰진 경상도 사투리,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를 향한 애정을 듬뿍 쏟아내는 이들의 모습은 다정 그 자체. 순이의 아들이자 남편이며 친구인 강철은 엄마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진다. 그 마지막이 비록 비참할지라도. 무엇을 제대로 해본 적도, 꿈꿔본 적도 없는 강철에게 순이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어찌 배우만 보인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잊어버렸다. 유아인과 김해숙은 남았는데, 강철과 순이로 남아있는데 ‘깡철이’를 잊어버렸다. 숱하게 그려왔던 조폭 이야기는 ‘또?’라는 의문점을 남기고 이것저것 잡다한 일들이 많아 본질을 파악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깡으로 살아남는 강철 역시 어떤 깡을 보여주려 했는지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도 남는 건 있다. 이쯤에서 유아인의 이야기를 꺼내보자. 영화 ‘완득이’에서 반항아 완득이의 모습을 보여준 유아인이 제법 멋스럽게 익었다. 아이 같은 반항적인 모습은 온데 간데. 성숙되고 성숙됐다. 그 성숙도가 진해 깊은 맛을 낸다. 언뜻 완득이가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눈빛이 말을 건다. 자기는 강철이라고.

그래. 사실, 강철이라는 인물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고등학교 때 좀 놀아봤던 강철은 싸움 고수이지만 함부로 몸을 쓰지 않는다. 조직폭력배는 되기 싫다며 엄마의 수술비를 준다고 해도 무시하고 거절한다. 그들이 들이대는 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찔러보라고 말한다. 죽마고우 종수(이시언)에게도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누구보다 강한 강철이, 깡을 머금은 강철이는 순이 앞에서만 사르르 녹는다. 아, 서울 여자 수지(정유미) 앞에서도. 그래 네가 승자다. 내달 2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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