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짓' 김희정 "언제까지나 아줌마만 할 순 없잖아요?"

입력 2013-10-01 11:33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전문 배우인줄로만 알았던 김희정(43). 지겨웠겠지, 변화를 주고 싶었겠지, 새로운 걸 찾고 싶었겠지. 그래서 나온 대답이 바로 영화 ‘짓’(한종훈 감독, (주)리필름 제작)이다. 스크린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은 김희정은 농익은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그리고 낯설다. 하지만 세심한 표현력은 그 누구보다 강하다.



김희정은 ‘짓’에서 대학교수 주희로 출연한다. 주희는 남편 동혁(서태화)과 자신의 제자인 연미(서은아)가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챈 후 연미를 자신의 집 안으로 불러들인다. 남편의 바람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주희. 하지만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그녀는 침착하다 못해 섬뜩하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주희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이상한 마력이다.

◆ “주희, 참 대단한 여자”

김희정은 주희에게 푹 이입돼 있었다. 여느 배우가 그런 것처럼 자신의 캐릭터에 빠졌다. 복잡한 감정을 가진 주희. 하나의 감정을 연기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미묘한 인물이라니. 이로 인해 힘들었지만 곧 작품과 어우러졌다. 물처럼 흐르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도대체 김희정은 주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정말 대단한 여자죠. 어쩜 그렇게 독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보통 사람이 아니에요. 어떻게 연미를 집에까지 들일 수 있었을까요. 집에 데려와서 지켜보는 모습도 봐요.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며 속으로 미소를 짓는데 참 대단해요. 그만큼 자신의 이름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에요. 어느 순간 이해가 갔어요. 모든 걸 다 가진 여자니까.”

주희는 그렇다. 무척 악한 것 같으면서도 연미에게 조금의 동정까지 느끼는 착한 여자다.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물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남편의 바람을 묵인하려고 하지만. 주희는 사람의 본성이 어디까지 이성을 이길 수 있을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사람이라면 이미 무너지고 말았겠지. 누구나의 생각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 주희의 이성도 무너지고야 말죠. 죽여 버리겠다는 생각까지 하니 말이에요. 사람의 충동적인 행동은 어쩔 수가 없어요.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난리가 났었겠죠. 친구들 대동해서 싸우고 사니 못사니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주희는 연미를 불러들여 잔치를 펼치잖아요. 저 정말 힘들었어요. 주희는 제대로 울지도 않아요. 이를 악 물죠. 불쌍해 보여서도 안돼요. 하아...이 마음 이해하시겠어요?”



◆ “영화, 여백의 미 참 좋아”

김희정에게 ‘짓’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희정은 연기 생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냈다. 모든 게 달랐다. 조명부터 카메라의 각도, 대사의 톤까지.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고민도 많이 했다. 덕분에 김희정은 스크린에서도 빛을 발했다. 역시, 한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은 무척이나 확고했다.

“방송은 정확하게 발음을 해줘야 되는데 영화에서는 굉장히 오버처럼 느껴질 것 같았어요. 딱딱해질까봐 생각을 많이 했죠. 발성이 부자연스러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어요. 드라마는 모든 게 대사에요. 그런데 영화는 여백이 있더라고요. 그게 좋았어요. 대사를 외우려고 하기보다 분위기를 탔죠. 아, 여성학 강의는 능숙하게 해야 되니까 외웠어요. 나머지는 그저 캐릭터만 보고 가려고 했고요.”

김희정은 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밀려드는 드라마 스케줄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숱한 드라마 제의 속에서도 ‘짓’을 선택했다. 아니, 영화를.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08)에서 모지란 역으로 정점을 찍은 김희정. 가장 잘 하는 억척녀 역할만 줄기차게 들어왔다. 탈피하고 싶었다, 대한민국 아줌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의 매력을.

“다양한 걸 하고 싶은데 안 들어와요. 어떤 배우인지 나도 몰라요. 아줌마로 이슈가 되면서 그냥 아줌마가 된 거에요. 배우 분류도 코믹으로 돼 있어요. 사실, 사람이 한 가지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많은 카드가 있는데 뽑지를 않더라고요. 한종훈 감독에게 왜 날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저를 바꾸어보고 싶었대요. 그래서 당장 해야겠다 싶었죠. 저도 여배우인데 평생 아줌마만 할 수는 없잖아요? 아직 갈 길이 많은데... 하하.”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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