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범위 축소, 피터팬 증후군 조장"

신인규 기자

입력 2013-11-15 18:25   수정 2013-11-15 18:29

<앵커>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중소기업들이 일부러 고용과 매출을 늘리지 않는 현상을 설명할 때 이 말을 쓰는데요.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범위 개편안이 이 피터팬 증후군을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김천에 자리잡은 자동차 중소부품업체 A사의 지난해 매출은 1천억원이 넘습니다.

3년 전보다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지만 최고재무책임자는 높은 매출이 오히려 회사에 악영향을 줄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기준에서 벗어나 그동안 받았던 각종 연구 지원이 끊기게 되면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 부사장
"그동안 각종 국책 과제를 지원받아서, 그걸 베이스로 해서 히든챔피언에도 선정됐던 성장동력이 갑자기 빠지게 되는거죠."

중소기업청의 개편안 대로라면 중소기업 범위를 정하는 매출액 기준이 1천5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내려갑니다.

정부는 기업의 성과를 고려해서 중소기업 범위를 설정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합니다.

부품을 공급하는 제조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값이 올라가면 자연히 매출도 올라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익구조나 질적인 부분이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숫자상으로만 중견기업으로 올라서게 되면 세금 혜택 등이 없어지는 지원 절벽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세제와 R&D 지원을 포함해 70개 이상의 정부지원정책을 포기하느니, 매출을 줄이는 편이 기업을 위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인터뷰>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현재 중기청의 개편안은)중소기업을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기준을 오히려 2천억원으로 올려줘야 히든 챔피언도 나오고…."

정부의 공청회 이후 마련된 토론회에선 중소기업계와 학계가 한 목소리로 중소기업 범위 개편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중소기업청은 "앞으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학계와 기업계의 의견을 듣겠다"며 한 발 물러났습니다.

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 범위 축소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정부가 내건 성장사다리 정책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증입니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고, 중견기업을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로드맵이 현장에서는 먹히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정치권은 서둘러 중견기업법을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성장사다리 정책에 힘을 싣는 모습이지만 그에 앞서 중소기업 기준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중소기업인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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