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증권, 예고된 악재‥중소형사 '몰락'

조연 기자

입력 2013-12-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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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맥투자증권이 한번의 주문 실수로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졌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라기 보다 과도하게 자기매매에 나선 중소형 증권사의 예견된 악재라고 분석하는데요

낭떠러지 끝에 내몰린 중소형증권사들의 실태를 조연 기자가 짚어봅니다.


<기자>
올해 마지막 `네 마녀의 날`, 어처구니없는 대규모 주문실수가 났습니다.

한맥투자증권은 12일 장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2월물 코스피200 콜옵션과 풋옵션 거래에서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도·매수 주문을 냈습니다.

주문 건수는 3만6천여건, 손실액은 무려 460억원에 달했습니다.

한맥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200억원에 불과한 중소형증권사로, 자본총계(203억원)가 납입자본금(268억원)보다 적은 `일부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번 주문사고의 손실액 전액을 떠안을 경우 파산이 불가피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을 총괄하는 한국거래소는 "프로그램 오류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의문 가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한국거래소 관계자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가격을 이렇게 터무니없이 주문을 냈다는 것은 내부 모니터링 장치가 없었다는 것. 또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한맥증권은 알고리즘 계좌 등록도 안되어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형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미 국민연금이 거래를 안 준지는 꽤 됐고, 다른 대형 기관들도 마찬가지여서 사실상 법인영업 수익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나마 콜차입으로 인건비나 임대료 등 유지비를 메꿔왔는데 이마저 금융당국이 규제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파생상품 자기매매에 `고위험 고수익` 포지션 거래에 나선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최근 증권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속에서도 알음알음 파생상품 트레이더 채용은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상당수의 중소형사가 한맥증권과 같은 자기매매에 나선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파생상품 `고위험 고수익` 자기매매에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추가적인 피해도 예상돼 부실 증권사에 대한 조치가 시급해 보입니다.

여기다 최근 자진청산설 대상으로 꼽힌 중소형증권사들이 사실상 자포자기한 상태로 금융당국의 `안락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맥증권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중소형 증권사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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