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변호인' 김영애 카리스마가 잊혀지는 순간

입력 2014-01-13 09:18   수정 2014-01-13 11:01

요즘 배우 김영애(63)는 참 행복하다. 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 위더스필름(주) 제작)을 통해 ‘내가 살인범이다’(12)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고, 성적까지 꾸준히 1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게다가 도도하고 냉철한 역할에서 벗어나 인심 훈훈한 국밥집 아줌마로 이미지 변신까지 성공했다. 그래서 ‘배우’ 김영애는 행복할 수 밖에 없다.



김영애는 ‘변호인’에서 순애 역을 맡았다. 순애는 송우석(송강호)이 변호사가 되기 전부터 단골이었던 국밥집 주인. 순애는 변호사가 된 후 7년 전 밥값을 치르기 위해 국밥집을 찾은 송우석과 다시 끈끈한 정을 이어가고, 아들 진우(임시완)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구속이 되자 송우석에게 아들의 변호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아들을 향한 절절한 엄마의 마음, 그 울림이 관객들을 울린다.

◆ “카리스마, 제일 싫어하는 단어”

사실 김영애는 많이 아팠다. 2012년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와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끝낸 후 무려 9시간 동안 췌장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사실,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지만 모두를 위해 그저 혼자서 끙끙댔다. 그리고 수술 이후 6개월 만에 작품 러시가 시작됐다. SBS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부터 MBC 드라마 ‘메디컬 탑팀’ 그리고 ‘변호인’까지. 정말 말 그대로 지난해는 정신없는 한해였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니까 짜증이 많이 났어요. 일을 안 하니까 더 쫓기는 느낌이었죠.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는데 불안함 같은 거였어요. 감정도 들쑥날쑥하고 밸런스가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시작한 거예요. 수술 후 6개월 만에 작품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몸은 힘들고 감정 컨트롤은 잘 되는 거예요. 조금 힘들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보너스를 얻게 됐죠.”

우리는 김영애를 드라마 속 모습으로만 생각했지만 그녀는 영화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리고 그 때 순애를 만나게 됐다. ‘변호인’에서 김영애는 모든 배우들을 처음 봤다. 모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리를 잡아나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7~8년이라는 시간을 비우니 김영애라는 배우를 많이 잊었더라. 자리를 잡는데 정말 힘들 나 또한 아는 배우들이 하나도 없었다. 세상에는 정말 공짜가 없다”는 김영애의 말에서는 절대적인 절실함이 느껴졌다.

“송강호 씨를 많이 믿었어요. (웃음) 송강호 씨가 한다고 해서 잡았죠.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서 영화를 보고 김영애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했어요. 하하. 보통 사람들이 김영애라는 배우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급스러움’ ‘카리스마’ 뭐 이런 것들이에요. 그런데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카리스마거든요. 간혹 제 역할 때문에 무섭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영화가 이렇게까지 호응을 얻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놀랐죠.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 “영화, 있는 그 자체로만 평가해주길”

연기경력 42년 김영애도 첫 촬영은 늘 떨린단다. “말도 안 된다. 겸손한 말 아니냐”는 말에도 “절대 아니다. 늘 시집을 가는 느낌, 첫날밤을 앞둔 느낌”이란다. 김영애가 ‘변호인’에서 가장 처음 찍은 장면은 바로 송우석에게 찾아가 아들을 살려 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장면. 두 번째는 송우석과 같이 아들을 면회하러 가는 신이었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차지하는 장면들. 그래서 김영애는 더욱 긴장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몇 십 년을 하면 저절로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전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할 때 마다 긴장을 하죠. 느슨하면 표가 나거든요. 그럴 때 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그런 면에서 송강호 씨는 참 연기를 잘 하는 배우에요. 정말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면회 장면은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그래서 송강호 씨한테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도리어 ‘선배님, 왜 그러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송강호 씨가 편하게 잘 봐줘서 잘 찍은 거 같아요. (웃음)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김영애에게 ‘변호인’은 조금 특별하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고 ‘변호인’이라는 세 글자를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입력해봤다. 지금껏 한 번도 자신의 기사를 읽어 본적이 없다는 김영애는 “꽤 되더라”며 웃어보였다. 새로운 점도 생겼다. 자신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는 “어?”하며 뒤돌아본단다. 자신이 싫어하던(?) 차가운 이미지가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김영애는 자신이 인생에서 ‘변호인’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앞으로 언제까지 연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는 하지 않을까요? (웃음) 연기를 43년 해왔지만 좋은 작품은 손가락 10개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어떨 때는 내가 모르는 작품 속 나를 발견하기도 하니까. 이 영화가 1000만 명을 돌파한다면 제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기에 정말 감사하고 영광일 것 같아요. 전 그저 송강호 씨에게 묻어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하하.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영화는 그냥 영화로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느끼는 감정은 관객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요. 하지만 정치적인 영화가 아닌, 영화 자체로서 평가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준비라도 한 듯이 바로 그 역할에서 빠져 나온다는 김영애. 김영애는 이미 국밥집 주인 순애에게서 벗어나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한다. 연기를 하는 매 순간 설레는 감정,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부여잡는 즐거움. 연기 경력 43년차의 내공.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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