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출연]국민연금 변해야, 자본시장 산다

입력 2014-01-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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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연금이 주식과 채권을 포함해 60조원에 달하는 해외 위탁자산 중 일부를 국내 운용사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손들고 반겨야 할 운용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김종학 기자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 자산운용사에게 해외투자 자산의 일부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투자가 확정될 겨우 수년간 외국계 운용사에게 제공해왔던 해외자산 위탁운용을 국내 운용사에 개방하는 첫 사례가 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운용사들의 진입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좋은 일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전화 인터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주는대로 받는 구조다. 차라리 현재 수수료는 인정하되 어떤 벤치마크라던지 일정 순위에 들면 다음에는 (수수료를) 올려줘야 하지 않느냐"

실제로 국민연금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보수는 업계 최저수준.

더구나 외국계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국내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에도 큰 차이가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2년 국민연금이 해외주식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외국계 위탁운용사 35곳에 지급한 수수료는 8천900만달러, 우리 돈 1천억원에 달하지만, 국내 위탁운용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약 708억원에 불과합니다.

당시 해외위탁자산규모가 31조원, 국내위탁자산이 35조원으로 국내 투자자산규모가 더 많았음에도 운용 댓가로 받은 돈이 외국계 위탁사들보다 적은 것입니다.

국내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이 도리어 이번 기회를 활용해 해외위탁자산 운용보수를 낮출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공모펀드쪽의 인원들이 사모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운용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비용도 커지고 그 비용은 공모용으로 전가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몇년 전부터 위탁사간 보수인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고 지난해부터는 운용규모가 커지면 단계별로 기본보수를 낮추는 단계별 보수체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보수인하 추진이 업계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공사업에서 최저가 입찰제도가 시행되고 1원 입찰 등의 부작용으로 결국 부실공사 등이 이어졌던 폐혜가 금융권에서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2~3년내 국민연금 자산은 600조로 불어납니다.

이 자산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국민들의 노후를 튼튼하게 하려면 시장에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가격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보상체계를 성립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유도하고 있는 저가 수수료 경쟁.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증권팀 김치형 기자와 더 자세히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리포트에서 확인한 것처럼 고객 자금 유치가 주 밥벌이인 금융투자회사들이 국민연금이 돈을 맡기겠다는데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가끔 사업하시는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죠.
"저건 돈은 안 되는 건 알지만 울며겨자먹기로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일을 주는 사람과의 관계유지가 필요해서 일수도 있고 또는 앞으로 회사를 키워내기 위해서 밑지는 사업이지만 경력을 맞추기 위해서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외형을 크게 보이기 위한 효과를 노리고 일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국민연금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의 관계가 이런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몇년간 위탁사간 보수인하 경쟁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단계별 보수체계도 새롭게 도입했습니다.

단계별 보수체계는 맡기는 돈의 규모가 클 수록 기본 보수를 단계별로 낮추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다시말해 돈을 많이 맡기면 보수는 더 줄이겠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국민연금이 여러분야에서 금융투자업계에 일을 맡기고 지불하는 보수들이 최저인 상황이라며 더 이상 가격경쟁을 부추기지 말고 성과경쟁 체제로 변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지불하는 수수료나 보수가 얼마나 낮은 상황인가요?


<기자>
주식위탁 부문을 보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형의 경우 자산규모에 따라 0.15~0.35%의 기본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반 공모형 주식펀드의 운용보수가 평균 0.7%다.

딱히 운용의 녹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지수를 추종하면되는 공모형 인덱스펀드들의 운용보수도 평균 0.3~0.4% 정도다.


공모펀드에 비해서 보수가 1/6 수준 정도고 인덱스펀드와 비교해도 절반이나 작다.

물론 워낙 큰규모의 자금을 맡긴다는 점으로 치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현재 국민연금은 이런 보수를 향후 0.05%P 정도 더 낮추려고 하고 있다.


이번에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개수수료를 보자.

국민연금이 해외주식 직접 거래를 할때 중개 증권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은 0.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인하 압박도 상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국민연금이 아닌 해외의 다른 기관들과 거래할 때 받는 수수료는 0.2~0.3%다.

미국 주식에 개인투자자가 온라인 거래를 할 경우 지불하는 수수료가 일반적으로 0.25%정도다.

업계는 해외주식거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관 수수료가 최소 5bp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앵커>
국민들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소화애햐하는 입장이 있는 것 아닌가?

<기자>
맞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비용 줄이려다 더 큰 걸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국내 순수주식 유형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위탁받은 운용사는 코스모자산운용과 트러스톤,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등이다.

이들은 2조원 내외의 자금을 국민연금에서 위탁받았다.

이들은 1조원을 넘는 자산을 받은 만큼 최저수수료율인 0.15%일 가능성이 높고.. 이를 계산하면 연간 30억원내외의 보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국민연금이 추가로 0.05%P 보수를 인하하면 각 운용사 별로 10억원 내외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10억은 매우 큰 돈이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한 돈이 얼마인가 운용사 당 2조원이다.

반대로 보수를 0.05%P 올려주고 수익률 0.1%를 더 얻었다고 생각해보자.
국민연금은 10억을 더 지출하고 200억원을 벌게 된다.

어떤게 이익인가?
업계는 적절한 보수를 주고 경쟁력을 키워 더 큰 과실을 얻는 것이 국민연금에게도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를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앵커>
국민연금 입장은 어떤가?

<기자>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은 기본보수 외에도 성과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잘하면 더 많은 보수를 가져간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제값주고 일시키고 일 잘하면 더 주는 것과 원가가 안나오는 상황에서 일단 일해해라 잘하면 더줄게라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업계에서는 지금 상황이 원가 이하로 일하는 구조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입장도 난처한 게 사실이다.

일부 업계의 의견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매번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비용관 관련된 질책을 받는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비용절감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자산규모가 현재 400조원을 넘었고 2~3년내 600조원 시대로 간다.

이 정도 규모를 지닌 투자기관은 세계에서도 몇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사고의 틀을 조금 더 장기적 관점으로 바꾸고 국민연금을 잘 이용하면 우리나라 금융투자업계의 경쟁력과 산업 발전은 물론 국민들의 노후도 더 튼튼히 할 수 있다.

매번 지적되고 나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구조상 기금 고갈문제를 안고 있다.

해결책은 운용성과를 높이는 길 뿐이다.
근시안적 정책으로 눈앞에 보이는 적은 비용 아끼려다 큰 걸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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