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당신도 한번쯤은 봤기에 더욱 궁금한 '찌라시'

입력 2014-02-21 07:50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 봤지만 누가, 왜, 어떻게 제조하고 유통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20일 개봉된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 김광식 감독, 영화사 수박 제작)은 찌라시를 받은 순간부터 역추적, 소문의 제조와 유통과정, 정보의 생성과 소멸 등을 다루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보이지 않는 실체, 누구나 궁금해 하는 그 이야기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그야말로 제대로 구미가 당긴다.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람을 보는 안목과 끈질긴 집념을 가진 매니저 우곤(김강우)은 자신을 믿고 따르며 어려운 길을 걷겠다는 배우 미진(고원희)을 위해 밤낮 없이 뛰어 다녔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미진을 성장시켜온 우곤. 그러나 미진은 최고의 자리를 바로 앞에 둔 채 자살을 선택한다. 그것도 목을 맨 채 처참하게. 이유는 단 하나, 대형 스캔들을 퍼뜨려준 찌라시였다. 미진은 찌라시 때문에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이상하다. 어찌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찌라시는 광고나 선전을 위해 사람들의 눈에 짤 띄는 곳에 붙여두는 종이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찌라시의 의미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지만 뭔가 그럴싸한 이야기, 정치 경제 사회 연예를 포괄하는 그야말로 소문이나 루머들을 정리해둔 일종의 메모다.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찌라시는 온라인 활성화를 통해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누구도 진실의 유무는 따지지 않는다. 궁금하지만 그 누구도 그 출처를 알지 못한다. 그렇게 찌라시는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또 다른 사람들에게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는 곧 기정사실화 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 ‘찌라시’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소문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찌라시가 어떤 파급력을 가져오는지, 어떤 위험성을 지녔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아주 사실적으로. 찌라시로 인해 한 사람이 죽고, 이 죽음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우곤이 찌라시의 실체를 밝혀 나가는 과정은 진실성을 더하며 이는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또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거짓이 진실을 짓밟고 새로운 진실로 태어나는 모습은 관객들을 숙연하게까지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진실을 들을 수조차 없게 만드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랄까.

김강우와 박성웅(성주)의 대결은 제법 볼만하다. 배우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매니저 우곤과 그런 자들을 과감히 없애버리려는 해결사 성주. 성주에게 매번 당하는 우곤이지만 그래도 진실과 정의는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더 이상은 스포일러)은 뭔가 모를 아련함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마음, 속이 조금은 뚫리는 통쾌함까지 함께. 특히 박성웅은 ‘찌라시’를 통해 한층 더 악랄해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야 말로 소름이 제대로 끼친다. 날렵한 눈매와 냉소적인 표정, 감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성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온 몸에 가시가 돋는다. 그 효과가 가히 엄청나다.

러닝타임 121분.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곤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앞부분은 어느 정도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중반부가 지나고 후반부를 거쳐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 그러나 찌라시의 제조 과정을 역추적하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것 하나만은 알아두자. 정말 찌라시로 인해 진실이 묻힐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들을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2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1분.(사진=CJ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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