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개그콘서트’의 ‘렛잇비’는 비틀즈의 정신을 잘 따르고 있나

입력 2014-09-15 12:54   수정 2014-09-15 21:07

▲ 직장인들의 애환을 뮤직개그포맷을 통해 다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렛잇비’(사진 = KBS)


‘개그콘서트’의 ‘렛잇비’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뮤직개그포맷을 통해 다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추석에도 일을 하는 소방관, 간호사, 출연자 어머니 등 다양한 일반인들도 참여시켜 폭풍 눈물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처음에는 네 명의 고정 캐릭터만 등장시켰지만, 갈수록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소재의 폭을 넓히면서 직장인들의 삶을 좀 더 세밀하고 보여주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장인들의 관점에서 이 ‘렛잇비’는 편성 시간대 때문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곧 개콘이라는 개그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인들에게는 ‘월요병’만큼이나 ‘일요일 저녁병’이라는 게 있다. ‘월요병’은 몰입도 안 되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일요일 저녁병’은 월요일 아침에 출근 할 생각을 하면 갑자기 가슴이 막막해지고, 우울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개콘은 9시부터 10시 반까지 웃음으로 이러한 우울심리를 누그러뜨려주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다. 그 와중에 ‘렛잇비’는 직장인들의 고민과 애환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직장인 가운데 평사원 내지 비간부의 관점에서 그들의 속내를 뮤지컬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각자 실제 자신의 경험담을 관객 앞에서 털어놓는데, 직장인들이 겪을 만한 서글픈 내용이 반전의 묘미를 통해 재미와 감동으로 맺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각자 에피소드는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을수록 반응은 뜨겁게 된다.

평사원이나 비간부의 이야기가 많은 것은 바로 관객이나 시청자가 대부분 그 그룹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송필근, 박은영은 바로 이런 직장인들의 남녀 캐릭터를 대변한다. 한편 이동윤은 부장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주로 감독자, 통제자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특히 노대리 노우진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행태를 노련하고도 치밀하게 잡아내고 질책하는 캐릭터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직원이 분명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이를 잡아내고 혼내는 상사도 분명 있다. 지난 14일 방영분에서는 야근을 매번 시키고, 강요된 회식문화를 주도하는 것도 부장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부장이 사장이나 회장은 아닌 법이다. 부장도 결국에는 조직 전체로 볼 때면 중간 관리자에 속한다. 그도 남의 돈을 받아 가정을 꾸리는 월급쟁이에 불과하다. 말단 직원의 처지에서는 매우 높기도 하고, 관리자의 통제가 불편할 수도 있다. 이점을 부각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부장 캐릭터는 조직 전체의 메커니즘을 간과할 수 있다. 부장 위에는 얼마든지 다른 통제자가 있고, 회사 전체에 대한 통제자는 더욱 더 막강하고 위력적이다. 그들을 ‘렛잇비’(Let it be)하게, 그냥 그대로 다룰 수는 없는 것일까.

‘렛잇비’(Let it be)는 비틀즈의 같은 이름의 노래를 차용했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거나 고난의 시기를 당할 때 그냥 그대로 두라는 순리에 따름 즉 무위자연의 상태로 두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순리나 무위자연은 세상의 법칙이고, 너무 인위적인 행위에 얽매이지 말고 흐름에 맡기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단지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라는 말은 아니다. 세상의 이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 행동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노자나 장자의 사상에서 말하는 처세와 같다. 요컨대, ‘렛잇비’(Let it be)는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보는 사람들만이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콘의 ‘렛잇비’가 자조적이고 씁쓸한, 때로는 무기력을 애써 웃음으로 털어버리려는 결말에 빈번히 이르는 것을 다시금 제고할 필요는 있다. 오만방자하게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일을 망치는 것이 아닌, ‘렛잇비’(Let it be)는 순리대로 할 때,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렛잇비’(Let it be)는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적극적인 조치임을 아는, 깨달은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처세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저 바라만 보면 오히려 월급쟁이 직장인들의 삶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부당한 일을 당할 때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도 ‘렛잇비’(Let it be)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사필귀정도 순리에 따르는 ‘렛잇비’(Let it be)이다. 혁명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것은 순리이며, 그 순간에 혁명을 막은들 그것은 ‘렛잇비’(Let it be)가 아닌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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