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마녀' 박주희 "낯가리는 모습, 바늘 같대요"

입력 2014-09-17 14:29  

배우 박주희(28), 그녀를 본 첫인상은 `의외`였다. 영화 `마녀`(감독 유영선, 제작 흰수염고래영화사) 속 박주희는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 무서웠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는 모습이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직접 본 박주희는 달랐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예쁘장한 얼굴,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모습이 앞으로 그녀의 모습을 기대케 한다.



`마녀`는 미스터리한 신입사원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공포로 변해버린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공포 장르의 영화다. 박주희는 극 중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신입사원 `세영`으로 열연했다. 박주희, 아직 대중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부터 각종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휩쓸고 있는 특급 신예다. `마녀`는 단편 영화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닦아온 박주희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다.

첫 장편영화 주연작, `바늘` 같은 박주희를 위한 배역

박주희의 장편영화 첫 데뷔인작 `마녀`는 공포 장르와 여성 캐릭터 영화가 희소한 요즘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고 가치있는 작품이다. 그녀가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사실 영화 촬영은 작년에 마쳤어요. 어렵게 개봉하게 됐는데 실망하지는 않으실 거예요. 괜찮은 오락영화에요. 공포영화로 규정지어지긴 했지만 말 한마디에 사람이 얼마만큼 상처를 받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공포 영화를 못 보시는 분도 충분히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편견없이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와 같은 인물이 요즘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 싸이코패스, 살인자의 모습은 아직 조금 낯설다. 손대면 톡 부러질 것 같은 여리여리한 이미지의 박주희가 어떻게 이 역할을 맡게 됐을까.

"`마녀` 전에 유영선 감독님의 `동면의 소녀`(2012)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인연을 이어가던 중에 어느 날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면서 쓰셨다며 `마녀`를 추천하셨어요. 감독님이 제게 `넌 바늘 같아`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낯을 좀 가려서 차가워 보이는 면이 있어요. 긴장한 걸 감추려고 툭툭 내뱉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곤 하는데 그래서 초반에 오해를 받기도 해요. 그런 제 방어적인 모습에서 감독님이 `세영`을 발견하셨나 봐요."

`마녀`는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촬영 기간을 길게 둘 수 없었다고. 박주희는 "촬영 기간은 짧았지만 그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12일 만에 촬영을 끝냈으니 그동안 거의 잠을 못 잤어요. 그래도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선후배지간이라 친해서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극 중 `세영`의 말투나 사소한 행동이 그냥 평소 제 모습이에요. 처음부터 감독님이 저를 보고 쓴 각본이라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어서 편했어요. 사실 소품도 여의치 않았어요. 칼, 압정, 연필 다 그대로 사용했어요. 압정은 끝을 부러뜨리고 직접 발바닥에 꽂았는데 그건 오히려 재밌었어요. `언제 이런 걸 해보나` 했죠. 그런데 칼을 상대배우의 입에 넣는 부분을 촬영할 땐 정말 많이 떨었어요. 다른 안전장치 없이 그냥 입 속에 휴지만 넣고 했거든요."



"조금 찌질하더라도, 매력있고 귀여운 배우 되고파"

박주희는 단편영화 `영화, 한국을 만나다`(2009)를 시작으로 `파마하는 날`(2010), `서울집`(2013), `어떤 시선`(2013), `만일의 세계`(2014)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초석을 다져왔다. 일찌감치 소속사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하는 여타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사실 일찍부터 회사를 잡고 메인으로 상업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싶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작년까지 제가 많이 동안이고 외모가 애 같았어요. 얼굴이 제 나이를 찾은 지 얼마 안됐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지금 내가 잘 돼봤자 아역 정도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일단 졸업하고 나이가 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단편영화나 영화제용이나 제의가 들어오는 건 다 해왔어요. 그 중에서도 `졸업여행`이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봐도봐도 더 좋은 느낌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영화제에도 가게 됐고요. 그때 처음 가본 영화제에서 받았던 에너지도 인상 깊었죠."

박주희는 스스로를 `외모가 뛰어나거나 끼가 많지 않다`고 겸손(?)하게 평했다. 활발하고 끼가 많기 보다는 조심스럽고 차분한 편이라는 그녀는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게 됐을까. "사실 고등학교 2학년 때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을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어요(웃음). 무조건 박신양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는데 사실 연기를 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워낙 남 앞에서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라 적응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끼 많고 다재다능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힘들었고요. 그런데 결국엔 혼자 핑계를 댔던 것 같아요. 처음이 힘들지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도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평범하고 순박했어요. 이 쪽 친구들이 단순하고 솔직하고... 오히려 더 꾸밈없기도 해요."

낮은 목소리로 힘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천상여자`,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을까. "시켰을 때 만족하는 배우, 신뢰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홍상수 감독님께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세요?`라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귀여운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예쁘고 아름답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못생기더라도 귀여운 사람, 즐거운 에너지가 있는 그런 사람을 캐스팅한다고... 이 말을 정말 많이 생각해봤어요. 개인적으로 `척`하고 과장하는 걸 싫어해요. 잔잔하고 조금 찌질하더라도 매력있는 그런 귀여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사진=카라멜 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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