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사랑꽃'…"사랑은 갖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

입력 2014-09-23 10:59   수정 2014-09-28 18:06



‘사랑꽃’은 ‘월메이드 대구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제작한 극단 맥씨어터를 비롯해 연출가와 작곡가, 배우 모두 대구 출신이다. 작품은 ‘2013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창작뮤지컬 지원작으로는 처음 대상을 수상해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대학로 공연은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작품은 세 가지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목련꽃’을 중심으로 6.25전쟁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여러 사랑의 모습들을 담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게 된 ‘목련’의 사연을, 두 번째 이야기는 베트남 노동자 ‘영웅’과 당찬 한국 여성 ‘윤화’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마지막 세 번째 에피소드는 이 모든 이야기를 아우르는 ‘황필만’ 할아버지의 묵직한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세 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꿰어지며 유연하게 주제를 관통한다.

뮤지컬 ‘사랑꽃’은 투박하다. 요즘 뮤지컬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멋은 없다. 하지만 사랑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있다. 음악은 구전동요처럼 입가를 맴돌고, 착착 감기는 영글은 대구 사투리의 맛도 된장찌개처럼 구수하다. 친숙한 이야기는 옛 동화를 듣는 듯 편안한 매력을 어필한다. 이 단단한 기반 위에 애틋하게 서린 한국적 ‘한’의 정서는 객석을 떠난 뒤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



극중 할머니로 등장하는 ‘한목련’은 이야기를 하나로 꿰매주는 ‘실’이다. ‘한목련’은 공연 중에 나무와 무대 주변을 지속적으로 맴돈다. 이 캐릭터는 등장하는 장면도, 대사도 많지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분명하다. 그녀는 목련나무 주변을 말없이 돈다. 돌고 또 돈다. 반복되는 ‘한목련’의 행동 패턴은 자꾸만 회귀하는 우리의 삶을 상징적으로 비춰낸다. 그녀가 과거로 돌아가고픈 마음, 견디기 어려운 인생사의 아픔도 함께 축약한다.

작품이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도 웅숭깊다. 극중 평생 ‘한목련’ 곁을 지켜온 ‘황필만’ 할아버지는 “사랑은 갖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마음’을 ‘곁에 남는 것’, ‘지켜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요즘 시대에 보기 어려운 소중한 ‘가치’들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와 시원하게 눈물로 관객의 가슴에 삼켜진다.

뮤지컬 ‘사랑꽃’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좋은 배우들이 많은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출연 중인 대부분의 배우들은 대구 출신이다. 이들은 대사의 완급 조절과 폭발하는 감정을 풍부한 성량으로 이야기의 감동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특히,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는 작품 자체에 생기를 부여하고 관객의 재미까지 잡아낸다.

뮤지컬 ‘사랑꽃’은 작고 단단하다. 무른 돌 안에 쌓여 있는 야무진 감동은 객석 바깥으로 달려 나와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며 반짝인다. 오랜 나무의 결이 깊이 패여 아름다운 것처럼, 뮤지컬 ‘사랑꽃’도 마찬가지다. 투박한 작품의 결은 거칠지만 영롱하다. 과거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더 오래 관객 곁에 남아주길 고대하는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사진=백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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