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인터뷰] 16차 뮤지컬 '빨래'…노희찬, 장혜민, 박정민

입력 2014-10-14 11:05   수정 2014-10-14 11:34



울고 싶은 날,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누구는 펑펑 울고, 또 다른 이는 맛있는 음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치환한다. 혹자는 공연으로 지친 삶을 토닥인다. 뮤지컬 ‘빨래’는 그런 점에서 만병통치약이다. 울고 웃는 시간 동안 관객의 삶의 무게를 살포시 덜어낸다. 작품이 롱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힘들 때, 울고 싶을 때, 웃고 싶을 때마다 두 팔 벌려 우리를 반겨준다.

뮤지컬 ‘빨래’의 15번차 무대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는 새로운 구성원으로 단장한 16번차가 채운다. 16차 무대에 오를 배우들은 익숙함보다 낯섦에 더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10월 16일 첫 무대를 앞둔 ‘솔롱고’와 ‘나영’, ‘마이클’ 역의 노희찬, 장혜민, 박정민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남, 신선함과 놀라움

첫인상은 중요하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각 기업 인사담당자 중 무려 90% 이상이 ‘첫인상이 면접 결과와 채용 여부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답했다. 그만큼 첫 인상을 무시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빨래’는 합격점을 받았다. 16차로 뮤지컬 ‘빨래’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은 입을 모아 작품을 칭찬했다. 첫 관람의 순간은 선명하게 그려졌고, 그 순간 느꼈던 감동은 고스란히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 뮤지컬 ‘빨래’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노희찬: 20대 초반에 처음 뮤지컬 ‘빨래’를 접했다. 당시에는 어린나이라 여러 종류의 삶을 알지도 못했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공연을 보고 나서 ‘이런 삶도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품은 아기자기한 우리네 이야기를 한 데 모아 놓았다. 그런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박정민: 언제 작품을 처음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저는 미국에서 오래 살았다. 가끔 작품이나 교회 행사 때문에 한국에 오곤 했다. 그때 뮤지컬 ‘빨래’를 봤다. 제가 작품을 볼 때는 정문성 배우가 ‘솔롱고’를 연기하고 있었다. 처음 보고 한국에서도 따뜻하고 음악과 드라마가 좋은 창작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에는 외국에서 큰 뮤지컬만 봐왔기 때문에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빨래’ 같은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혜민: 저는 2009년도에 처음 뮤지컬 ‘빨래’를 봤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5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그만큼 작품은 저에게 ‘로망’과 같다.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뮤지컬 ‘빨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였다.



- 오디션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노희찬: 저는 오디션에서 때가 묻지 않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완벽하게 작품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덧입힌다는 것 자체가 ‘솔롱고’라는 캐릭터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순수하고 깨끗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마음으로 오디션을 준비했다.

장혜민: 저는 오디션 소식을 듣고 바로 연습실을 등록했다. 연습실에서 매일 노래 연습을 했다. 당시 저는 ‘배우를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도 오디션에 합격했다. 합격 전화를 받자마자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뮤지컬 ‘빨래’는 거의 1년 반 만에 하는 작품이다. 부모님도 같이 좋아해줬다. 그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오디션 때는 ‘나영’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 ‘한 걸음, 두 걸음’을 불렀다.

박정민: 저는 오디션 볼 때 연극 ‘유도소년’ 공연을 하고 있었다. 뮤지컬 ‘빨래’ 오디션 소식을 듣고 원서를 접수했다. 오디션 준비는 극단 ‘간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극단에서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노래를 부르면 극단 식구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연기적인 디테일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연극 ‘유도소년’을 하면서 소리를 많이 지르다 보니 성대 결절이 생겼다. 오디션이 진행되는 내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는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다. 몇 차례 오디션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연극 ‘유도소년’에서 제가 보여준 캐릭터와 제가 살아온 삶이 ‘마이클’과 비슷했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연기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많아 합격한 것 같다.

- 작품에 캐스팅 된 후, 가장 많이 한 고민은 무엇인가.

노희찬: 처음에는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솔롱고’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몽골에서 온 청년이기 때문에 그가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말투 걱정은 뒤쪽으로 잠시 밀어 넣었다. ‘솔롱고’도 어차피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이 사람이 무엇을 느낄까’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박정민: 연극 ‘유도소년’이 끝나고 쉬었어야 했는데 쉬지 못하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당연히 목 상태가 안 좋은 상태로 연습을 진행했다. 그 자체가 민폐였고, 배우로서 목관리를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첫 상견례 때, 연출님이 ‘이 사람의 지갑 상태는 어떤지’, ‘이 사람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어떻게 쓰는지’, ‘항상 얼마를 가지고 다니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런 부분을 연구하고 생각하고 고민했다. 캐릭터적으로는 그랬다. 다른 부분에서는 관계에 집중했다. ‘마이클’과 ‘솔롱고’의 관계는 어떤지 생각을 많이 했다. ‘마이클’은 주인공 캐릭터처럼 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역을 작품 안에서 소화한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찾아갈 것이 많다.

장혜민: 술 취한 연기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뮤지컬 넘버 ‘한 걸음, 두 걸음’은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부르는 곡이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버스도 타보고, 걸어가면서 넘버를 불러도 봤다. 그때는 잘 불리는데 연습실에 오면 잘 안 된다.

‘나영’이가 서점 직원이다 보니 서점 직원이 얼마를 버는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봤다. 정말 얼마 못 받더라. 직접 서점에도 가봤다. 사람들은 서점 직원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지만 그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을 관찰하고 캐릭터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사랑하는 뮤지컬 ‘빨래’

뮤지컬 ‘빨래’는 우리네 삶과 닮아 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뮤지컬 넘버까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웃을 때 그들도 웃고, 내가 울 때 그들은 같이 울어준다. 뮤지컬 넘버는 풋풋한 첫 만남을 기억하고 고단한 삶을 소주와 맥주로 달래고 대신 육두문자를 날리며 우리네 삶을 위로한다.

- 작품 안에서 좋아하는 넘버 또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희찬: 뮤지컬 넘버로는 ‘내 딸 둘아’가 좋다. 그 넘버를 부르는 장면에는 40년 가까이 기저귀를 빨아온 할머니의 삶이 담겨있다. 직접 겪어본 일은 아니지만 우리 할머니 이야기인 것 같아 마음에 와 닿는다. 그 장면이 저를 울컥하게 한다.

박정민: 저도 할머니가 부르는 넘버인 ‘내 딸 둘아’를 가장 좋아한다. 그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어떤 배우가 불러도 계속 울 것 같다. 할머니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는 40년 동안 기저귀를 빨아왔지만 그것을 ‘툴툴’ 털고 ‘그러니까 살아있는 거다’라고 말한다. 그 순간 울컥한다. 관객들도 그 부분에서 감동을 받는 것 같다. 이 노래에는 ‘나보다 훨씬 힘든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은 툴툴 털고 일어나는 데 나는 왜 못 버티겠느냐’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 노래만 들으면 뭉클하고 가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든다.

장혜민: 저도 같은 곡을 제일 좋아한다. 할머니는 매일 같이 빨래하면서 ‘힘들다, 지친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꾹 참고 또 참았을 것이다. 그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참아 왔던 것들이 한순간 ‘탁’하고 터진 것이다.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싶었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내뱉지 못했던 감정들이 노래를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마음을 우리는 가늠할 수 없겠지만 다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 뮤지컬 ‘빨래’가 오랜 시간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희찬: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일부고 또한 전부이다. 동시에 내 이야기이고 나아가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이야기일 수 있다. 작품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다. 공연을 보면서 우리는 ‘내가 저랬지’, ‘나도 그랬지’라며 반응한다. 그런 부분에서 관객들이 오랫동안 잊지 않고 뮤지컬 ‘빨래’를 보러 오는 것 같다.

박정민: 저는 작품이 배우의 힘도 좋고 작품 자체의 힘도 좋지만 연출적인 면에서 상당히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공연이 오랜 시간 공연되다 보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긴다. 간혹가다 ‘초연 때보다 못하다’라는 소리도 듣게 된다. 그만큼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연에서 선장은 연출이다. 추민주 연출은 전체적인 부분을 꼼꼼하게 살핀다. 연습하면서 느낀 것은 배우들을 짜여진 틀에 맞추지 않고 배우들만의 매력으로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A라는 배우와 B라는 배우, A라는 배우와 C라는 배우의 호흡이 다 다른데 그런 부분을 고려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디렉팅해준다.

장혜민: 뮤지컬 ‘빨래’가 가진 힘은 배우들의 색을 모두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작품 자체가 연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모든 부분이 타당성을 가진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나중에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 꼭 어머니한테 보여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도 저와 같은 생각일 거라 생각한다.



- 각자 맡은 캐릭터를 자체 PR하자면, 어떤 부분이 매력 포인트가 될 것 같은지.

노희찬: 저는 ‘보호본능’을 건드리는 ‘솔롱고’가 나올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는 보호본능이 부각된 ‘솔롱고’를 만들고 싶다. 떼 묻지 않고 순수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습하고 있다.

장혜민: ‘나영’은 서울에 올라온 지 5년째다. 그는 각박한 서울살이에 적응하기 위해 애써 밝게 웃으며 참아낸다. 제가 보여줄 ‘나영’은 오뚝이처럼 열심히 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나영’이에 가깝다.

박정민: 저는 정말 외국인 같은 ‘마이클’을 보여줄 것 같다. 그것이 저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정말 외국인 같은 ‘마이클’이라고 말하면 관객들이 안 보러 올 것 같기도 하다(웃음). 정확히 말하자면 ‘생활연기 마이클’이다.

- 16차 공연을 앞둔 소감과 각오 한마디.

노희찬: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뮤지컬 ‘빨래’는 제일 하고 싶어 했던 작품 중 하나다. 그만큼 애착이 가고 영광스럽다. 각오는 ‘노희찬이라 쓰고 솔롱고라 읽는다’로 정했다(웃음). 작품을 하는 동안 ‘솔롱고스러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훗날 누군가가 묻는다면 ‘노희찬? 솔롱고 열심히, 잘 했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 무사히 올려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다른 배우들과도 호흡 맞춰가며 준비하겠다.

박정민: 16차 뮤지컬 ‘빨래’ 공연은 7개월 정도 한다. 정말 오래한다. 연극 ‘유도소년’ 할 때 이재준 연출이 ‘배우 인생에서 오래가져 가야 하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연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대장정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초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정신없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만 나오는 에너지가 있다. 공연이 계속되면 그런 에너지가 잘 안 나온다. 그러면 관객에게도 굉장히 미안하다. 저는 ‘작품을 할 때 배우가 보이면 안 되고 작품이 보여야 배우가 산다’라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고 애드리브가 난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서 진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16차가 됐으면 한다.

장혜민: 저는 ‘나영’으로 정말 어머니 관객들에게 이입 잘되는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볼 때 ‘젊은 시절, 나도 그랬었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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