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김태희보다 이승철이 더 심각한 까닭

입력 2014-11-12 02:20   수정 2014-11-13 11:30

▲ 김태희 퇴출 시위 때보다 더 노골적인 정부의 개입이 드러난 이승철 일본 입국 거부(사진 = 한경DB)


2011년 10월 일본 거리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배우 김태희를 직접 언급하며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일본에서 활동하지 말고, 반일 발언을 해명하라고 말했다. 이 시위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또한 “반일 여배우 김태희는 일본에서 장사를 그만두라”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매체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들이 반일이라며 문제 삼은 것은 2005년 4월, 김태희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참가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서 김태희는 남동생 이완과 함께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티셔츠를 입고 거리에서 CD를 배포하는 일에 참가했다. 김태희는 당시 “대한민국의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스위스를 포함한 많은 유럽인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시위대들이 장사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은 드라마 촬영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때 김태희는 일본 지상파채널 후지TV 일요드라마 ‘나와 스타의 99일’에 한국 여배우 한유나역으로 출연했다. 첫 방송이 10.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일본 광고업계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일본기업의 화장품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행사가 하루 전인 2012년 2월 20일, 취소되고 현지 프로모션이 이뤄지지 못했다. 극우세력이 결집해 김태희와 계약한 로토제약의 도쿄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압박이 가해졌다. 일본의 일부 매체들은 김태희의 이미지를 훼손해 방송과 모델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려 했다. 김태희가 제작진에게 극존칭을 요구하는 등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얼굴을 고친 ‘성형미인’이라고 폄하하는 보도도 있었다.

이승철 입국금지 사안은 김태희를 둘러싼 일본인들의 행태보다 직접적이었다. 무엇보다 국가적인 개입이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우려와 분노가 교차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반일언행을 보인 한국의 연예인들에 대해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이 블랙리스트의 출발은 애초에 극우 단체에서 출발했다. 김태희의 사례처럼 극우단체들은 한국스타들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방송사나 기업들이 위축돼 한국 연예인들의 활동을 제한했었다.

송일국에 대한 일반 관료의 입장 표명을 거쳐 이제 이승철 입국 불허사태에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인식하게 했다. 단지 극우의 행동에 방송사나 기업 그리고 정부가 따라간 것이 아니라 정부 스스로가 능동적인 행위에 실제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현대 민주국가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야만적인 행위다.

2012년, 독도 수영대회에 참석했던 송일국에 대해 일본 외무성 야마구치 츠요시 부대신이 입국을 불허를 언급했다. 정작 송일국이 일본에 간적이 없어, 실행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철은 공항 안에서 무려 4시간 동안이나 억류돼있었다.

이승철의 과거 독도 관련 퍼포먼스와 언행을 인지하고, 이승철에 대해서 최종 입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는 매우 무례한 일이고, 원칙에 맞지도 않는다. 더구나 배우자까지 억류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합리화 정당화될 수 없었다.

매우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이 적용됐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분명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이 독도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것을 문제 삼는 곳은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이다.

만약 일본의 후지산을 만약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승철의 방문 목적과 관계없는 사유를 들어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감정적인 지나친 확대 적용이며 과잉의 지나친 행정 조치이므로 철회돼야 한다.

이승철이 독도 관련 행사진행 때문에 일본 입국을 시도했다면, 이에 대해 반응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반응 자체도 옳은 행위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이승철의 방문은 독도관련 행사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나아가 한일 관계에 관한 어떤 공연이나 퍼포먼스도 예정돼있지 않았다. 더구나 아무런 이유 없이 배우자까지 억류하는 것은 더욱 야만적이었다.

일본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은 비단 이승철처럼 독도관련 언행을 보인 연예인의 경우에만 한정되지는 않아왔다. 예컨대, 비스트 씨앤블루의 경우처럼 한일관계가 좋지 않을 때 입국이나 활동 자체를 불허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교에 문화예술을 종속시키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연예인들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단지 한류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보수 우익에 맞장구치는 수준에 머물지 않아서 더 문제다.

일본의 행태가 김태희 사례보다 더 심각해진 이유인 것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이나 잠재적인 한국의 연예인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압박 전략이면서 연예인들을 이용해서 분쟁을 노골적으로 격화시키려는 저열한 의도가 복합돼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승철이 정치인이었다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입국 자체를 거부한 것은 연예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대중적 인지도가 큰 연예인들의 입국을 불허함으로써 독도분란을 더 일으키려는 술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별로 독도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더구나 갈수록 일본은 한국스타들에게 매력적인 활동공간이 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일본이 겸양의 태도를 보일 때가 오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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