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김진수-차두리의 훌륭한 선택… 역습의 미학 빛나다

입력 2015-01-23 14:51   수정 2015-01-23 14:55

▲ 손흥민이 22일 멜버른 렉탱귤러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에 멀티골을 기록하며 진가를 발휘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연장전에서 골을 넣어 힘겹게 이겼다고 질책만 할 것은 아니지만 더 분명한 기회가 정규시간에 만들어졌기에 반드시 그 부분은 곱씹고 넘어가야 한다. 결국 골로 말하는 축구경기에서 상대 수비라인이 흔들리는 `기습, 역습` 기회에서 어떤 수준의 결정력을 보이는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2일 오후 4시 30분 호주 멜버른에 있는 렉탱귤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토너먼트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손흥민의 멀티골 맹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결과는 손흥민이 주인공이었지만 그를 도운 두 명의 측면 수비수가 어떤 대응을 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후반전에 만들어낸 두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습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먼저 흔들어놓은 팀은 한국이었다. 71분,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가 왼발킥으로 수비 뒤쪽으로 빠져들어가는 이근호를 겨냥했다. 이 순간 우즈베키스탄 수비수 무캄마디에프가 헛발질까지 해줬다. 그래서 이근호는 상대 골키퍼 네스테로프와 혼자서 맞섰다.

수비수 방해 없이 자신의 오른발 슛을 곧바로 시도할 정도였으면 적어도 골문 안쪽으로 공을 보낼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이근호의 오른발 등을 떠난 공은 골문 왼쪽 옆그물을 강하게 때렸다. 기술적인 면보다 강도를 우선시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83분에는 더 좋은 기회가 남태희에게 찾아왔다. 왼쪽 윙어로 변신한 주장 기성용의 역습 패스가 자로 잰 듯 우즈베키스탄 골문 바로 앞으로 깔려왔다. 이 때 상대 수비수의 방해도 받지 않은 남태희가 페널티킥을 실시하는 바로 그 지점 위에서 인사이드 슛을 노렸지만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는 것을 대응하지 못하고 헛발질하고 말았다. 그라운드 탓만 할 상황이 아닐 정도로 완벽한 기회였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우즈베키스탄도 78분에 한국의 빈 골문을 노렸다. 떠오르는 역습의 주역 라시도프가 이근호를 완벽하게 넘어뜨리고 오른쪽 끝줄 앞에서 왼발 크로스를 골문 반대쪽으로 보내줬고 공격형 미드필더 투라에프가 이마로 골을 노렸다. 하지만 이 헤더는 한국 골문 왼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기술적으로 조금만 모자라도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축구장의 교훈이 들리는 장면이었다.

득점 없이 연장전에 접어든 한국은 제로톱 전술로 변화해 해결사 손흥민을 맨 앞에 뒀다. 스피디한 역습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슈틸리케 감독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취골 겸 결승골은 왼쪽 풀백 김진수의 놀라운 가로채기가 돋보였다. 종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역습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믿고 과감하게 몸싸움을 걸었던 김진수의 선택이 탁월했던 것이다.

무캄마디에프의 공격 시작 지점을 저지하며 공을 따낸 김진수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손흥민을 노렸다. 수비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었지만 골문 바로 앞에 자리잡은 손흥민은 중심을 낮춰 멋진 헤더골을 기록했다. 감기 몸살에 마음 고생마저 심했던 손흥민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 차두리와 손흥민이 두 번째 골을 합작한 뒤 서로 환호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연장전 후반전에는 반대쪽 차두리의 놀라운 질주가 시작됐다. 119분, 보는 이들의 입을 모두 다물게 만들 정도로 차두리의 과감한 드리블은 압권이었다. 유럽축구 무대에서 경험 많은 비탈리 데니소프(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러시아)의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마지막 드리블 순간은 맏형 차두리의 실력을 멋지게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여기서 손흥민을 선택한 패스는 아름다운 보너스였다.

필드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뜻밖의 역습 기회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살려내는가가 축구 승부의 가장 결정적인 갈림길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가르쳐준 명승부였다.

이렇게 한숨을 돌린 슈틸리케호는 하루 뒤에 벌어지는 이란과 이라크의 8강 맞대결을 지켜보며 준결승 전략회의를 펼칠 수 있게 됐다.

※ 2015 AFC 아시안컵 8강 결과(22일 오후 4시 30분, 멜버른 렉탱귤러스타디움)

★ 한국 2-0 우즈베키스탄 [득점 : 손흥민(103분,도움-김진수), 손흥민(119분,도움-차두리)]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82분↔한국영)

AMF : 손흥민, 남태희, 이근호(111분↔장현수)

DMF : 기성용(경고-114분), 박주호

DF : 김진수, 김영권, 곽태휘(경고-56분), 김창수(69분↔차두리)

GK : 김진현

◇ 준결승 대진표

☆ 한국 - [이란 vs 이라크 승리 팀] (1월 26일 월요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 [호주vs중국 승리 팀] - [일본vs아랍에미리트 승리 팀] (1월 27일 화요일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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