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코코엔터 폐업… 김대희, 왜 김준호가 사기대상이 됐는지 생각해야

입력 2015-01-27 00:16   수정 2015-01-28 09:33

▲ 개그맨 김준호 코코엔터 폐업(사진 = 영화 사이코메트리 스틸컷)


코코엔터테인먼트 폐업 사태는 간절한 소망을 붕괴시킨 참담한 비극이었다. 참담한 비극은 희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단초가 역시 개그맨의 우정과 의리에서 빚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 KBS 시상식에서 다시 한 번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 김대희가 제이디브로스를 설립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대희가 새로운 연예기획사를 만드는 이유는 김준호가 코코엔터테인먼트에서 이끌었던 개그맨들을 다시 품어 안기 위해서다. 반가운 일이고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김대희가 김준호의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김준호 코코엔터 폐업이 생겼는지 원인 파악을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처음부터 코코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로 지명수배 중인 김우종은 개그맨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별로 뜻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른 사업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코코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즉, 엔터테인먼트는 명분에 불과하고, 개그맨들을 횡령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김우종은 김준호를 선택했을까. 우선, ‘개그콘서트’ 때문이다. 코코엔터테인먼트 소속 개그맨들은 ‘개그콘서트’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그콘서트’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개그프로그램이다. 90년대 말부터 안정적인 시청률을 높아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고 지속성을 유지해왔다.

또한 KBS가 ‘개그콘서트’와 출연 개그맨들을 뒷받침하고 있었는데,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의 원년 멤버이자, 대선배다. 사실상 ‘개그콘서트’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개그맨들이 그를 따랐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자비를 들여서 소속 개그맨들의 출연료를 지급한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개그맨들만큼 선후배 확립이 명확하고, 이런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유대를 지속하는 다른 연예인 집단은 없다. 즉, 의리가 존재하는 연예인 집단이 개그맨들이다.

김우종은 이러한 점들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인간적인 유대를 이용한 사기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악질적이다. 김준호를 공동대표로 내세운 것은 그의 이미지와 신뢰를 활용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는 개그맨이지 전문경영인은 아니었다. 이것이 또한 노림의 대상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희도 ‘개그콘서트’의 원년 멤버이로 맏형이기에 믿고 따르는 개그맨들이 많다. 김대희는 김준호가 코코에서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전문적인 경영과 재정,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코코엔터테인먼트가 2011년 출범 이후, 또 다른 공동대표였던 김우종은 횡령을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어떻게 대표가 자금을 횡령하는 상황인데도 모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공동대표 김준호는 알 수 없는 위치에 머물고 있던 셈이었다. 그를 보고 소속사에 적을 뒀던 개그맨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요컨대 김우종은 사업의 대상으로 개그맨이 필요한 수준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횡령을 위해 김준호와 개그맨들을 끌어들였을 뿐이다.

▲ 김대희는 김준호 코코엔터 폐업 사례를 거울 삼아 경영이나 자금 관리 측면에서 특화된 전문성과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사진 = 김준호 페이스북)


결국 코코엔터테인먼트는 전문적인 경영 방식이 아니었던 점이 모순을 키웠다. 전문적인 경영방식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사항이 확립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회계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고 한 개인의 통제권에 좌우됐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이를 김대희는 잘 눈여겨봐야 한다. 코코엔터 폐업은 한국의 연예매니지먼트사의 한계와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례였다.

비슷한 사례로 신동엽의 ‘DY엔터테인먼트’가 있다. 2005년 신동엽은 자신의 이름을 딴 ‘DY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유명 개그맨들을 영입했다. 대표적으로 유재석, 김용만, 이혁재, 노홍철 등을 영입하면서 개그 오락계의 거대 기획사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 동업자가 회사 주식 55.19%를 다른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에 넘기면서 물거품이 됐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신동엽은 2009년 최종적으로 경영권에서 손을 뗀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체중이 10kg 정도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코코엔터테인먼트’나 ‘DY엔터테인먼트’의 공통점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현역 개그맨들이 설립했다는 것이고, 그 소속 핵심 연예인들은 대부분 개그맨들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평소 활동하면서 쌓아온 친분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전문경영이나 자금 조달 측면에서 취약점이 있어 이점을 타인에게 의존하게 됐고,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김준호는 공동대표가 횡령하는지도 몰랐고, 신동엽은 동업자가 지분을 처리하여 경영통제권이 위기에 몰릴 줄은 예상 못했다.

하지만 김준호나 신동엽의 사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점이 있다. ‘DY’의 경우에는 주로 개그맨 출신의 인기 MC들이 주로 소속돼있었다면, ‘코코’의 경우 유명 개그맨들이 주로 소속돼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개그맨들은 연예인 가운데 가장 시민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지만, 수입구조가 가장 불안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이 때문에 그들을 서포트할 수 있는 전문매니지먼트 회사의 필요성이 항상 제기돼왔다.

그렇기 때문에 코코엔터테인먼트의 출범은 기대감이 컸다. 그러한 기대감은 결국 배신으로 돌아왔고, 많은 개그맨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줬다. 특히 우정과 의리, 신뢰를 바탕으로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돌아온 상황은 참담하다. 코코엔터 폐업 책임을 모두 김준호가 져야하는 것은 비극이었다. 그런 점을 처음부터 김우종은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행각은 김준호 이후에도 이는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음을 김대희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코코엔터테인먼트 폐업 사태는 비단 특정 연예인-개그맨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개그맨들의 안정적인 기반을 희롱하고 궤멸시켰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개그맨들이 열악한 구조에 노출돼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하루빨리 개그맨들이 안정적인 매니지먼트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결국 많은 시민들이 웃음과 재미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대희가 새롭게 출범시키는 개그맨 전문연예기획사는 경영이나 자금 관리 측면에서 특화된 전문성과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물론 그 전제에서는 신뢰성이 우선일 것이다. 무엇보다 거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작게나마 다시 시작돼야 한다.

우정과 의리는 끈끈한 결속력을 통해 열정을 뿜어내지만, 모순을 깊어지게 할 수 있음을 항상 견지해야 한다. 김준호 코코엔터 폐업의 비극을 김대희가 잘 보듬어 희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 폐업 위법 논란부터 잘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호의 일방적인 폐업선언에 대한 문제제기는 코코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모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자칫 또 한 번 많은 개그맨들은 물론 그들을 아끼는 시민들과 팬들에게도 상처를 줄 가능성이 높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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