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임금 인상?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에.. 정부 "민간 자율에 맡길 것" 한발 물러나

입력 2015-03-14 03:47   수정 2015-03-14 13:17



최경환 "적정 수준 임금 인상.. 내수 활성화에 힘 모아달라"

[한국경제TV 최경식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경제 5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서 `적정한` 수준의 임금인상을 주문했다. 그러나 재계는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가급적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당장의 임금인상이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한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자금이 중소 협력업체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별히 핵심 규제에 대한 과감한 개선책을 강조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한중 FTA를 계기로 한 외국인 투자유치 및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의 적극 활용 등을 경제단체장들에게 요구했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요구는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현 경제난국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장기적 마스터플랜 가져야"

하지만 경제단체장들은 난색을 표했다. 임금을 인상해 소비확대를 도모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임금의 하방 경직성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용만 회장은 "임금은 한 번 올리면 다시 내리기 힘든 하방 경직성이 있기에 임금인상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즉흥적인 결정이 아닌) 국가 전반의 소득구조와 경제구조를 감안한 장기적 마스터플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전반적으로 기업부문의 임금을 높여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실제적으로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보완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곧 기업 전체의 임금 인상을 야기해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부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박병원 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트레이드 오프`(두 개의 정책목표 중 어느 하나를 달성하고자 하면 다른 하나가 희생된다는 양자간의 관계)를 거론하며 임금과 고용간의 상충관계에 대해 말했다. 그는 "임금과 고용 간에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최 부총리가 임금 인상 전에 청년 고용을 말한 부분은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는 무작정 임금인상을 단행하면 (정부가 추구하는 또 다른 정책목표인) 청년고용 문제는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도 현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임금인상 요구에 부담감을 표출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대다수 기업들의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매출 또한 정체됐다"면서 "(여기에 더해) 정년이 연장되고 통상임금 범위까지 확대되면서 임금 부담마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간담회 직후.. 정부 "임금 인상.. 민간 자율에 맡기겠다" 한발 물러나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간담회가 끝난 직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민간 자율에 따른 임금 원칙을 발표했다. 그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민간 자율에 기반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동반성장 차원에서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은 초기부터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도 모두 임금인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면서 "최저임금 또한 경상성장률과 소득재분배 기능을 (인상률에) 반영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가 결정하는 문제라는 데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재계의 현실적 입장을 고려해 `민간 자율`이라는 기존 원칙을 받아들인 모양새다.

한편 간담회 말미에 박병원 경총 회장의 요청에 따라 최 부총리와 경제단체장들 간의 `골프 회동`이 약속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서비스산업 육성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골프를 한번 치자"고 제안했고 최 부총리는 이를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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