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긍인상 요청한 최경환 부총리··회장님들은 '시큰둥'

입력 2015-03-14 11:17   수정 2015-03-14 11:28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요청했다.

재계는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다는 말로 부정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가급적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임금 인상을 강조해온 최 부총리가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직접적으로 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대기업들은 당장 임금 인상이 어렵다면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한 대가 지급 등을 통해 자금이 중소 협력업체에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도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등 재계가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임금 인상을 부담스러워하자 인상이 어려우면 최소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이라도 강화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계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임금 인상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임금은 한번 올리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인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일본과 달리 내수 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소비 촉진도 중요하지만, 임금 인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수출이 둔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로는 기업부문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여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동반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단체장들은 주요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최 부총리가 경제 5단체장과 만난 것은 이번이 취임 이후 두 번째다.

첫 만남이 있었던 작년 7월에도 최 부총리는 기업인들에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달라고 당부했고 기업인들은 사내유보금 과세를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요청해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었다.

이번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기고서 끝이 났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간담회 결과에 대해 "임금은 민간의 자율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동반 성장 차원에서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경상성장률과 소득재분배 기능을 (인상률에) 반영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에 임금 인상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하청업체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과 이들 업체가 제대로 임금을 줄 수 있으려면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적정한 대가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최 부총리는 경제 5단체장들을 향해 "무엇보다 청년 취업을 위해 힘써달라"고도 요청했다.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촉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이용한 외국인 투자 유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참여도 강조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계에서도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경영환경이 어렵다면서도 투자를 확대하고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소기업 체감경기가 여전히 어렵고, 정부가 지난 2년간 7차례에 걸쳐 발표한 투자활성화 계획을 대부분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은 "경상수지 흑자를 어떻게 균형 있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고 밝혔고 박병원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은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효적인 구조개선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정부 쪽에서 최 부총리를 비롯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단체장들은 최 부총리에게 골프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초대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을 맡았던 박병원 회장이 경기 활성화와 서비스산업 육성 차원에서 골프를 한 번 치자고 제안하자 최 부총리가 화답했다.

정 차관보는 "위축된 서비스업을 활성화해달라는 경제 5단체장들의 요구에 최 부총리가 조만간 적당한 시기를 잡아 단체장들과 골프 회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박근혜 대통령은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주문했으나 여론이 비등해 관련 논의가 쑥 들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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