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린스펀 수수께끼’…10년 후 ‘앨런 수수께끼’

입력 2015-05-11 09:30  

올해 4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데도 시장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기채 금리 중의 하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월 들어 2.25%까지 상승해 올해 최저치보다 무려 60bp 정도 급등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제기초여건 면에서 장기채 금리는 상승하기보다는 더 낮아져야 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한파, 달러 강세 등의 부담으로 작년 3분기 5%, 4분기 2.2%에 이어 0.2%로 더 낮아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으로 인플레 타깃팅선인 2%보다 훨씬 낮은 0%대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장기채를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주로 ‘국채수급 여건’에 기인한다. 금융위기 이후 Fed는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의 목적으로 3차에 걸친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Fed가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추진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단기채 매도한 자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정책)’으로 장기채권 시장일수록 왜곡현상이 심해졌다.



올 4월 Fed 회의 직전까지 장기채 시장을 중심으로 매도 세력이 거의 실종된 기형적인 초과수요 수급구조가 심해졌다. 이런 수급여건에서는 거래가 수반되지 않고 소액의 매도물량만 출회된다 하더라도 채권가격이 급락하고 수익률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극단적으로 매수가 실종된 상황에서 순식간에 매도물량이 출회되면 국채 수익률이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채권값 폭락) `프레쉬 크레쉬(fresh crash)`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장기채 위주로 상승함에 따라 외형상으로 장단기 금리 간의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 과거 금리 인상을 전후로 장기채 수익률이 떨어져 수익률 곡선이 평준화되거나 오히려 역전되는 때와는 구별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올해는 종전의 금리인상기의 경험을 토대로 장단기 금리 간 수익률이 평준화 혹은 역전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기대 가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분할시장 이론’ 등에 따르면 금융과 실물 간 연계가 강할 때에는 장단기 금리 간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해 단기채 금리보다 장기채 금리가 높은 ‘단저장고’일 경우에는 특정국의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우하향해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보다 높은 ‘단고장저’ 경우에는 특정국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하는 것으로 판단해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최근처럼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동성이 과다하게 풀릴 때 수익률 곡선의 형태로 경기를 판단하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월가에서는 10년 전 많은 파장을 몰고 왔던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 conundrum)’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한때 세계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앨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딴 이 용어는 정책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금리는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주체들은 시장금리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의도했던 정책효과는 거둘 수 없게 된다.



뿌리는 ‘그린스펀 독트린’에 있다. 통화정책 관할범위로 자산시장을 포함하는 ‘버냉키 독트린’과 달리 그린스펀은 실물경제만 감안해 기준금리를 변경했다. 이 방식대로 2004년초까지 기준금리를 1%까지 내렸다가 그 후 인상국면에 들어갔으나 이것이 부담이 돼 시장금리는 오르지 못했고 오히려 중국의 국채매입으로 시장금리는 더 떨어졌다.



그 결과 물가와 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저금리와 레버리지 차입간의 악순환 고리’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이 때문에 자산시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황금시대를 구가했다. 실물경기도 실제성장률이 잠재수준을 훨씬 웃도는 ‘인플레 갭’이 발생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누적됐다.



이런 상황 속에 2007년 여름 휴가철 이후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PER(기업수익대비 주가비율) 등이 거품신호를 보내자 자산가격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저금리와의 레버리지 차입간의 악순환 고리가 차단되기 시작됐다. 이때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자부담이 점진적으로 높아졌다.



이때 자산시장 붕괴를 촉진시켰던 것이 국제유가였다. 2008년초 70달러대였던 유가가 불과 6개월 사이에 140달러대로 치솟자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이를 계기로 자산가격이 급락하자 마진 콜(증거금 부족현상)에 걸린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이 디레버리지(자산회수)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됐다.


10년 전 그린스펀 수수께끼로 곤혹을 치렀던 Fed가 그로부터 10년 후인 최근에는 `앨런 수수께끼(Ellen`s conundrum)`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월가에서 거론되는 앨런 수수께끼는 올해 4월 Fed 회의 이후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는데도 오히려 장기채 금리가 오르는 ‘그린스펀 수수께끼’가 발생할 당시와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앨런 수수께끼가 발생할 경우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데도 정책금리를 올리는 성급한 출구전략과 동일할 의미를 지닌다. 이 경우 그린스펀 수수께끼로 자산가격이 잡히지 않자 결과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로 연결된 것과 정반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1930년대에도 당시 Fed 의장이었던 에클스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대공황을 낳게 한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앨런 수수께끼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은 현재 미국 경제가 달러 강세 부담이 의외로 높기 때문이다. 올해 3월 Fed 회의에서 재닛 앨런 의장이 ‘달러 강세’를 우려하기 이전까지 달러인덱스가 그 이전 1년 동안 20% 가깝게 급등했다. 아직도 달러인덱스는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3% 이상 벗어나 있는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지수(1973.3=100)한 것으로, Fed가 통화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참고지표다. 6개 구성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가 가장 높고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순이다. 달러인덱스가 올라가 달러화가 강세가 되는 경우는 미국측 요인과 구성 6개국 요인으로 구분된다.



지난 1년, 특히 최근 5개월 동안 달러인덱스가 급격히 오른 것은 미국과 6개국 간 통화정책상 불일치로 구성 5개국(영국 제외) 요인이 더 컸다. 작년 10월말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시킨데 반해 일본은 추가로 돈을 풀었고 유럽은 뒤늦게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돈 풀기에 한계가 있었던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는 정책금리를 내려 자국통화 약세를 도모했다.



근린궁핍적인 달러 강세로 부담이 느끼는 여건에서 장기채 금리가 오를 경우 추가 달러 강세로 미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취임 이후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는 앨런 의장으로서는 경제여건 이상의 달러 강세는 의도되지 않는 성급한 출구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잎으로 앨런 수수께기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 앞날이 결정된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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