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뮤지컬 ‘파리넬리’

입력 2015-05-12 10:15  



뮤지컬 ‘파리넬리’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뮤지컬 시범공연지원 선정으로 가시화된 작품이다. 이후 2015년 우수작품 재공연지원 선정작이 되어 본격적으로 관객과 만났다.

작품의 배경은 1917년 이탈리아의 나폴리.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어린 소년 카를로 브로스키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교의 강압에 의해 거세당한다. 그 일은 카를로 브로스키에게 마치 천형처럼 트라우마로 핏속에 내재되어 불현듯 악몽으로 드러난다. 더군다나 그는 늘 곁에서 수족처럼 지켜주는 형 리카르도 브로스키의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야망의 희생양이 된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새 그에게 조종당하는 삶으로 변해간다. 결국 카를로 브로스키는 ‘파리넬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신비로운 보이 소프라노로 세간의 관심을 넘어 화려한 스타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은 드러내지 않은 그의 슬픔과 고통의 나날로 흘러간다.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파리넬리는 마치 영혼 없이 노래하는 식물인간처럼 변해간다. 화려한 겉과 달리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의 아픔과 슬픔으로 인해 초점을 잃고 초췌해져 가고 그의 심장은 매일 작아져만 간다. 파리넬리는 형인 리카르도가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간주하고 본인의 자존감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인형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런 일상에서도 유일한 위안은 어릴 적 함께 지내며 둘만의 비밀을 간직한 남장 여자 안젤로와의 추억이다.

가끔씩 접하는 안젤로의 편지는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었고 그와의 지난 기억은 어두운 세상에서 파리넬리가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삶의 기쁨이었던 그의 편지마저도 형의 감시와 통제로 끊기게 된다. 결국은 안젤로와 파리넬리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오페라단의 권력과 암투 때문에 암흑의 덫에 걸린 희생양이 되어 서로를 해쳐야 할 운명으로 마주하게 된다.

뮤지컬 ‘파리넬리’를 처음 접했을 때, 과연 ‘파리넬리’의 성음을 누가 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놀라워했던 그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성과 마성의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온 몸을 소름 돋게 했다. 또한 그 이면에 거세된 남자아이의 비극적인 삶에 먹먹해져 하루 종일 울컥했던 기억도 있다. 원작을 활용해 다양한 해석으로 작품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런 마성의 소유자가 없이 ‘파리넬리’라는 타이틀로 어떻게 뮤지컬화가 가능할 수 있을까가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우는 무대 위에 ‘파리넬리’로 분한 카운터테너 ‘루이스초이’의 등장으로 말끔히 씻겨졌다. 그는 천사 같은 맑은 영혼의 보이스뿐 아니라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 했지만 그의 삶 자체가 순수와 고요가 외견에 흐르고 투명한 물방울 같은 내면의 순수하고 여린 영혼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뿜어냈다. 특히, 여느 범인과는 다른 성스러운 기운이 맴도는 아우라를 느끼게 하였다.

루이스초이가 ‘파리넬리’로 캐스팅된 것은 제작사 대표 한승원의 작품에 대한 남다를 혜안과 식견이 큰 몫을 했다. 작품을 읽고 합당할 만한 카운티테너를 물색하던 중 ‘루이스초이’가 부른 ‘울게 하소서’의 앨범을 듣고 운명처럼 연락하여 사정을 말함으로서 성사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승원 대표는 이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16인조 오케스트라와 20명의 합창단까지 배치하며 제작자로서 결코 녹록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음악적 완성도에 힘을 실은 것이다. 거기에 헨델의 품격 있는 명곡과 병치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뮤지컬적인 감각으로 잘 포장해낸 김은영의 편곡과 음악적 해석도 작품에 특별한 품격을 올려놓았다.

주역배우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매치되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특히, 파리넬리가 부른 헨델의 명곡 ‘울게 하소서’의 열창을 듣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가치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파리넬리가 안젤로에게서 사랑과 구원을 얻듯이 뮤지컬 ‘파리넬리’는 관객들에게 감동과 구원을 얻을 수 있게 했다.

누구보다도 파리넬리 역의 루이스초이 그리고 형 리카르도 브로스키역의 이준혁과 안젤로 로 역의 안유진, 레리펀치 역의 원종환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은 작품의 중심축을 잡고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안정감을 심어 준 일등공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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