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원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각별한 이유 “나와 닮은 현정, 경빈 이미지 지웠다”

입력 2015-05-25 08:28  



청순한 멜로의 여주인공부터 표독한 악역까지, 데뷔 26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선보였던 베테랑 배우 도지원이 수목극 1위를 수성하며 안방극장을 장악한 KBS2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울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도지원은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도지원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좋은 대본과 감독님, 동료 연기자들을 만나 너무 좋았어요. 처음부터 설렌 작품이었고, 궁금증이 있는 작품이었는데 잘 됐어요. 가슴에 남을 만한 작품이에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작품이다. 도지원은 강순옥(김혜자)의 장녀이자 성공한 앵커인 김현정 역을 맡았다. 극 중 그는 까칠한 커리어우먼이었으나 자신만을 바라보는 이문학(손창민) 대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했다.

“현정이 같은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면서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현정이의 해맑은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안에 내재돼 있던 제 모습을 끄집어낼 수도 있었죠. 손창민 선배님이 저보고 현정이라고 하셨어요. 저에 대해 파악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호흡을 잘 맞춰주셨어요. 저의 성격이나 장점을 많이 얘기를 해주셨어요.”

도지원은 자신감 넘치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선보인 반면, 치열한 삶의 애환과 장녀의 무게를 절절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몰입을 자아냈다. 까칠한 면모부터 허당 매력, 로맨스까지 도지원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며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현정이는 자신만만하고 자기중심적 인물 같지만, 사실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속상해도 힘든 티를 못 내죠. 돌아가신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무너지게 되는데, 이때 아버지 때문에 짊어진 짐을 문학이 덜어줘요. 그 때까지 현정이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말을 어느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문학을 믿고,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열게 돼요. 문학은 늘 현정이가 힘들고 슬플 때 나타나서 감싸 안아주는 사람이에요.”



현정은 문학과 아기를 낳고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보내는 장면으로 행복한 결말을 장식했다. 도지원은 손창민과 닭살스러운 스킨십이 등장하는 연기를 연기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 해봤다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처음이었어요. 연기 생활하면서 뽀뽀도 없고, 닭살스러운 스킨십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처음이었죠. 맨 마지막에 허리꺾기를 하잖아요. 손창민 선배님이 그렇게 들어올 줄 몰랐어요.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순간 깜짝 놀랐죠.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웃겼어요. 끝난 후 스태프들도 웃더라고요.”

극중 도지원이 서이숙을 향해 “뭬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장안의 화제가 됐다. 사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도지원의 모습은 “뭬야?”를 외치던 ‘여인천하’의 경빈이다. 배우에게 이미지 고착화는 치명적이다. 때문에 그는 지난 14년간 경빈을 벗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그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경빈을 패러디한 이유는 무엇일까.

“‘뭬야’는 애드리브였어요. 사실 대본에 없었죠. 리허설까지도 안하다가 녹화 때 처음 했어요. 한때 ‘여인천하’ 경빈을 족쇄처럼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요. 나를 있게 해준 배역이지만 그 이미지가 너무 강했죠. 어느 순간 나를 잃어버리고 경빈이 되어 있더라고요. 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빈으로 굳어져 있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웃어라 동해야’에서 정신연령이 9살인 안나 역을 한 뒤로는 자유로워졌어요. 이후 ‘다양한 걸 해봐야지’라고 마음을 열게 됐어요. ‘뭬야’가 정말 시기적절했던 것 같아요. 나와 닮은 현정을 연기하면서 편했어요. 덕분에 경빈 이미지를 지웠어요. 언젠가 소속사에서 진지하게 부르더니 예능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묻더라고요. 말을 잘 하는 성격이면 나가겠는데, 듣는 스타일이라서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아 거절했어요. 득과 실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아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끝낸 도지원은 섭섭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김현정이 아닌 도지원으로 돌아올 시간이니까.

“‘한 작품 끝나면 빨리 빠져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이 끝나면 여행을 하거나 인터뷰를 하면서 정리를 해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느꼈던 좋은 기운들을 오래 가져가고 싶어요.”



요즘 도지원의 고민 역시 연기에 집중돼 있다. 예전엔 개성 강한 역할이 주어졌다면 요즘엔 어머니 역을 제안 받는 경우가 많아졌단다. 하지만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지원은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

“배우 입장에서 다양한 연기를 해야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원치 않은 인물을 연기해도 다른 인물로 만들어가면서 공부하는 기회를 갖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어라 동해야’의 안나도 대본에는 ‘정신연령 9살의 오드리 햅번 스타일의 엄마’라고 두 줄 설명이 있었어요. 그걸 보고 제가 캐릭터를 만들었죠.”

68년생, 많은 이들에게 청순가련형 여인으로 기억되는 도지원도 나이를 먹어버렸다. 하지만 20대 데뷔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변함없으려고 노력하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아마 제 마음일 거예요. 제 마음만은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심이나 여유 같은 것은 조금쯤 늘었지만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어요. 운동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유하게 마음먹으려고 노력해요.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마음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교류도 힘들었던 도지원을 지금까지 오게 만든 것은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자신과의 변함없는 약속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연기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선사했지만 후회와 포기 없이 꾸준히 한걸음씩 행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두 가지에 연유한다. 발레를 하던 시절, 도지원은 정규 클래스 외의 개인 연습을 거르지 않는, 그래서 하루라도 연습을 빼먹으면 사람들이 “바람났냐”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연습광이었다. 이렇듯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순수함을 잃지 말자’는 자신과의 약속이 더해져 도지원이라는 배우는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이해심도 커지는 순간, 도지원의 마음도 풍요로워진 것은 물론이다.

“주위에서 저를 알던 분들이 좋은 쪽으로 변해간다고 말씀을 하세요. ‘아, 내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얻었던 부분들이 플러스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저의 고지식함이 한편으론 안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찌 보면 나를 지켜준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에게 고맙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와의 약속을 변치 말고 계속 가야하지 않을까, 라는 채찍질도 되고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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