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서준, 들어올 땐 니 맘이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입력 2015-11-20 07:01  



[조은애 기자] “쉴 새가 없었어요. 일단 쉬는 시간을 줘도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요. 기껏해야 술이나 퍼마시는데 그럴수록 망가지게 되니까 되도록 자제해요. 오늘 나오기 전엔 밀린 설거지하다 왔어요”

17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이 드라마 종영 후 일상을 묻는 기자에게 내놓은 첫 마디다. 인터뷰에 앞서 실제 그의 성격이 어떤지 정말 궁금했다. 고백하자면 극 중 캐릭터처럼 조금은 까칠하거나, 최근 높아진 그의 위상만큼이나 어깨에 힘 좀 들어간 배우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터져 나온 소박한 멘트에 기자의 모든 짐작이 완벽한 오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배우 박서준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이하 ‘그예’)로 단숨에 ‘톱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그예’는 그의 연기력은 물론 스타성까지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드라마. 그는 폐간 위기에 놓인 패션지의 부편집장 역을 맡아 때로는 차가운 직장 상사로, 때로는 로맨틱한 첫사랑의 주인공으로 이중적인 매력을 소화함으로써 가히 신드롬적인 인기를 이끌어냈다.

▲`그녀는 예뻤다` 선택한 이유, "난독증 때문?"
인터뷰에 앞서 박서준은 ‘그예’ 출연을 결심했던 때를 회상했다. “처음 이 드라마를 해야겠다고 느낀 이유는 대본이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난독증이 있거든요.(웃음) 처음에 대본을 읽을 때 한번에 넘어갈 정도로 집중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작품을 고르는데 ‘그예’ 대본이 딱 그랬어요. 또 자칫 뻔할 수 있는 내용을 코믹한 장면 하나로 뻔하지 않게 바꾸는 위트 덕분에 만화책처럼 재밌더라고요. 결국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고 출연을 결정했죠”라고 입을 열었다.

극 중 박서준은 직원들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다가도 사랑하는 여자에겐 한없이 따뜻한 지성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까칠한 연기가 얄미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초반에 좀 못되게 굴긴 했죠. 특히 스튜디오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 혜진이한테 화내는 장면을 연기할 때 ‘이 정도면 적당히 까칠하겠지?’했는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까 제가 봐도 너무 심했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다. 더불어 이 같은 성격적 코드가 지성준 캐릭터에 부여됐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성준이의 독설은 치열한 경쟁으로 가득한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이에요. 나쁜 사람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결과물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싶은 거죠. 그래서 막말을 할 때 오히려 어색해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다‘라는 게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진짜 지성준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박서준의 말대로 극 중 지성준은 마냥 까칠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황정음이 자신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때에도 은근 슬쩍 챙기는 모습으로 따뜻한 속내를 드러냈고 바로 그런 점이 많은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 그의 ‘츤데레’ 매력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지성준의 매력은 뭘까. 그는 “대부분 첫사랑은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잖아요. 캐릭터 전반에 깔려있는 ‘첫사랑’ 코드의 힘, 그리고 첫사랑을 마지막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성준이의 순수함 역시 매력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기자가 생각한 지성준 캐릭터의 매력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음치’라는 것. 그토록 냉철하고 똑부러지는 사람이 음치였다는 반전 사실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극 중 캐릭터와 달리 실제 박서준은 수준급의 노래실력을 자랑한다. 이에 꾸준히 음원을 발표했을 정도. 기자가 음원의 인기에 대해 언급하자 솔직한 대답이 이어졌다. “음원이 인기 있어요?(웃음) 그렇다면 드라마의 영향일거에요. 음원만 나왔으면 누가 듣겠어요. 사실 가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서 민망하지만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겐 감사하죠”라면서 “근데 순위 확인은 어떻게 하는 거에요?”라고 내심 관심을 보여 인터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착실히 쌓아온 연기력에 `군필` 타이틀, 이정도면 `톱배우`행 급행열차
올해로 데뷔 5년 차, 생애 첫 지상파 주연작에서 터뜨린 ‘잭팟’ 탓에 누군가는 말한다. 배고픈 시절도 없이 그저 빠르게 성공한 배우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느리게 걷던 시간이 있었다. 다만 그는 묵묵히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 필모그래피의 밑바탕을 채웠다. 박서준은 이처럼 단역부터 해온 경력이 오히려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여러 작품들을 거쳐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얼굴이면서 동시에 주연급으로는 새로운 얼굴이라는 것. 큰 배역이 욕심나지 않았냐는 질문에 박서준은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오히려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았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에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배역은 절대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처럼 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이제 흥행가도를 달릴 준비만 남은 박서준의 신의 한수를 꼽자면 단연 `군필자`라는 점일 것이다. 그는 이미 2008년 입대해 청주 경비교도대에서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 이로써 ‘군필’이란 타이틀은 그가 맞이한 전성기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그는 “당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일단 군대라도 해결하자’라는 생각으로 입대했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라며 “(또래 배우들이)저를 부러워하는 것 같긴 해요. 반면에 저는 군에 있을 때, 당시 활동하던 배우 분들을 부러워했거든요. 사람마다 시기가 다른 것일 뿐 크게 보면 다를 게 없어요. 무엇보다 그분들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2년 정도의 공백으로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에요”라는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터뷰를 끝내기 직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가 너무 잘 돼서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대치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떠오른다는 기자의 말에 박서준은 “앞으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또 지금의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거란 것, 역시 부담이고요. 하지만 작품의 흥행은 제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다만 저는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몫에 충실하려고요. 제 직업은 배우고, 스크린 너머에 있는 대중의 감정을 건드리려면 배우인 저부터 항상 감각이 살아있어야 해요. 늘 그런 감각을 잃지 않고 연기하다보면 흥행 운도 자연스럽게 따라와 주지 않을까요?”라며 서글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꼽기 쉽다.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는 스타 역시 많다. 하지만 연기력과 스타성,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20대 배우가 의외로 흔치 않다는 점이야말로 박서준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무엇보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그릇을 선택했고 체할 일이 없었다. 늘 배역의 크기나 주목도에 신경쓰기 앞서 자신의 연기력 함량부터 되돌아봤고, 작더라도 좀 더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해 실력을 다졌다. 여기에 시대가 원하는 외모와 인간적 매력까지 갖췄으니 이번 드라마로 반짝 떠오른 그의 활약은 1회성이 아닐 거란 확신이 든다.


(사진=키이스트)


eu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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