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시중은행들 "시어머니 잠잠하고, 물 들어오니 노나 저어볼까"

김정필 부장

입력 2015-12-24 00:13   수정 2015-12-24 07:58



-“적과 아군 피아식별(彼我識別)이 안 되고 타겟팅 안되는 상황에서 포탄 마구 쏘아대면 그 손실 누가 감당하겠나” (기업구조조정 실무진)

-“STX조선 뿐 아니라 조선업은 손익 정산하고 나오는 편 낫다고 판단하는 듯. 돈 더 내놓고 나와야 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되레 그게 손실 줄이는 방편으로..결론낸 듯” (금융 감독기구 관계자)

-“김 모 전 부원장보 이벤트 이후 감독기구 시어머니 노릇 잠잠해졌고, 정부가 기업 옥석을 가리라는 데,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은행들이 실제 노 젖기에 나선 것” (A은행 관계자)


‘피아식별’, ‘포탄’, ‘정산’, ‘손실확정’, ‘시어머니’, ‘노 저어라’ ‘이벤트’ 등 마치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특선 영화 홍보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나 볼 법한 단어들 일색입니다.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STX조선 추가 지원 여부를 놓고 ‘부동의’ `반대의사 표명` `채권단 이탈` 등 막바지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확인하던 차에 기업구조조정 실무자와 감독기구, 은행권 인사들이 언급한 실제 멘트들입니다.

STX조선 추가 지원과 관련해 채권단의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은행권 STX조선 손실 감안 연내 100% 충당금 쌓기 대비
우리은행은 STX조선의 여신분류를 사실상 최하 단계인 ‘회수의문’으로 낙인찍고 손실이 날 것을 대비해 돈을 미리 준비하는 충당금을 100% 쌓은 가운데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을 뿐 사실상 반대의사를 확정한 것이나 진배 없습니다.

KEB하나은행 역시 STX조선 여신분류는 현재 ‘고정이하’ 등급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하나은행내에서 제일 안 좋은 등급을 매겨 놓았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100% 수준은 아니지만 충당금도 연말까지 100% 쌓을 예정”이라며 긴 동거를 해 온 STX조선과 이별을 준비중입니다.

상황은 신한은행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직 실사 내용 등에 대해 최종 검토중이라는 것이 공식 입장입니다.

신한은행은 "채권단 지분 비율이 얼마 되지 않아서..지원을 안해도 동의를 안해도 큰 영향이 없을 테니"라며 발을 좀 빼겠다는 뉘앙스가 풍깁니다.

물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의 지분 비율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4천500억원 규모의 추가지원안 부의 가결 요건인 75%를 넘고도 남는 만큼 지원안 가결은 대세에는 하등의 지장이 없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기업구조조정 관련 시중은행들의 발뺌 행보
시중은행·국책은행·감독기구 등과 통화중 궁금했던 것은 확연히 이전과 달라진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이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 특히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선업, 즉 준기간산업의 생사까지는 아니어도 회생, 정상화 여부와 관련된 추가 여신지원이라는 점인데도 말입니다.

물론 기간산업, 대기업집단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경우 중간중간 주채권은행과 부채권은행, 여신이 많이 들어가 있는 은행과 자금을 많이 회수해 간 은행 사이에 늘상 잡음과 논란이 일기 마련이지만 대부분 그 사안의 중차대한 점과 명분, 실력자의 개입 등으로 끝내 지원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 지, 기업구조조정을 논할 때 빼 놓고 이야기 하기 힘든 우리은행이 먼저 반대의사, 부동의 견해를 던지며 시중은행들의 발뺌 작업이 사실상 시작됩니다.

채권단내 지분 비중이 낮기는 하지만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과감히 반대의사를 명시하거나 이를 준비하기에 이릅니다.

기업구조조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습니다.

“김 모 금감원 전 부원장보 이벤트 이후 분위기 많이 바뀌었다”

이 인사가 언급한 ‘김 모 부원장보 이벤트’는 이렇습니다.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막강한 입김을 자랑하던 기업개선작업 담당 김 모 금감원 부원장보.

굵직굵직한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그의 개입, 속한 조직의 영향력은 늘상 ‘관치’냐 ‘감독기구의 중재’냐 `월권`이냐 `불가피한 측면` 등 끊이지 않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K그룹, D그룹, K기업 등 각종 워크아웃과 기업구조조정에서 진척이 없거나 지원이 미적지근 하면 늘상 여신담당 부행장이나 실무진, 어떤 경우는 은행장들까지 소집되고는 했습니다.

감독기구 측은 ‘중재’, ‘원활한 워크아웃을 위해’라고 말하고 은행권이나 금융권 등 채권단은 관치, 외압, 특혜 등을 운운하며 늘 크고 작은 소동의 중심에 서고는 했습니다.

이랬던 김 모 부원장보의 이벤트라는 것은 경남기업 워크아웃과 관련해 대출 압력 의혹, 감자없는 출자전환, 워크아웃이냐 법정관리냐 등 개입과 관련해 특혜 시비에 휘말리며 법의 판단을 받게 된 건을 말합니다.

*구조조정 특혜 논란‥구조조정 시어머니 역할 `주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 일을 전후해 여의도(금감원)쪽이 잠잠해 졌고 이후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져도 `부행장 와라`. `행장 와라` 해서 암묵적인 프레스를 가하는 일이 드물어졌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기업구조조정에 정치 금융, 관치 금융 등 그간 관행이 주춤해 지면서 은행들이 시장 논리, 경제 논리에 입각한 추가 여신지원의 가부를 저울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채권단을 주로 구성하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의 경우 금감원의 상시 감독을 받는 등 사실상 금융당국과 함께 시어머니 역할을 하기 마련인데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등이 금융개혁에 나서며 서슬 퍼렇던 시어머니 노릇이 한풀 꺾이며 은행별로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선 행보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 모 금감원 전 부원장 이벤트의 영향만은 아닙니다.

*정부, 기업 옥석가리기 주문‥은행권 "물 들어올 때 노저어라"
시중은행 기업구조조정 실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 들어올 때 노저어라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기업구조조정 작업을 담당해 온 이 실무자는 “최근 기조가 그렇지 않느냐 정부와 당국이 이전의 스탠스와 다르게 살릴 기업은 살리고, 죽일 기업은 죽이고, 옥석가리기에 무게를 두면서 털고 갈 기업은 털고, 퇴출할 기업은 퇴출하려는 즉, 물이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은행들이 노를 젖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STX조선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는 은행들이 왜 발을 빼려고 하겠냐"며 "적(敵)이 향후 손실이 식별이 안 되니까 손실 규모나 손실 시기 등 예측이 안되는 불확실성이 가장 두려운 이슈이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이 손실을 확정하면서까지 채권단에서 발을 빼고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는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추가 지원만 반대하느냐 아예 채권단에서 빠지느냐 등 시중은행들의 탈 채권단 움직임에 대한 견해도 아직까지는 분분합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나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청산했을 때 가치만 자금으로 회수 받는 즉 일정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분석이지만 실제로는 추가로 돈을 더 부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됩니다.

*"채권단서 발 빼려는 경우 추가로 돈을 부어야 할 수도"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기업이 계속기업으로써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인데 조선업황이 어둡고 관련 고정비, 발주처는 단가 인하 등 악순환이 길어질 것 같다”며 “손실 확정을 하고 나오는 편이 낫다는 판단인데 청산가치를 받아오는 게 아니라 되레 돈을 더 내고 나와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업종 특성상 RG(선수금환급보증)를 어느은행에서 끊었고 어디에서 나오느냐라는 것은 은행들에 꼬리표가 붙게 되는 데 건조중인 선박과 RG 손실, 이익까지 정산을 해야해 전체 채권단 비율대로 손익정산을 하면 추가로 돈을 내고 나와야 하는 경우도 베감안해야 하고 은행권도 이를 다 계산한 행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특수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국책은행이나 특수은행 등은 아무래도 기재부 등 정부 산하에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경제적인 잣대만 들이대서 현 시점에서 다 처리·청산하고 손실을 미리 확정하려는 움직임 같다”며 향후 이어질 추가 부담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조선업과 관련해 그 전방산업인 해운과 그 앞 단의 글로벌 경기, 국제무역, 물동량 등의 흐름과 향후 전망 등을 놓고 볼 때 현재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손익을 내는 게임이 아니라 이전의 건설업 파동, 은행 본인들의 생존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으로 봐야하는 만큼 단기 대응에 포커스를 맞춘 일련의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단기간에 손실을 확정하더라도 녹록치 않은 금융업권 환경에서 영업에 집중해 이익 창출의 기회를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수순으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간 접근 시각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는 시점이라는 해석인 셈입니다.

*국책·특수은행 기간산업 정상화 여신지원 ‘죽을 맛’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이 정상화되는 부분은 계열사들도 줄줄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중은행들의 이탈은 향후 국책은행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 돼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을 확정하면서까지, 추가로 손익 확정에 따른 돈을 내고 나와야 하면서까지, STX조선 추가지원 반대, 채권단 이탈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냐는 질문에 우스갯 소리를 섞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화투판에서 돈을 따고는 일어날 수가 없는 것. 어찌됐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면 내뱉고 가야 하는 데 지금 내고, 털고 일어나는 것이 향후 추가 지원금 들이고 충당금 쌓고, 돈 다 잃고 주머니 보여주고 가는 것 보다 낫다”.

청양고추보다 맵고 동장군의 매서운 칼바람 같던 시어머니 역할의 감독기구가 잠시 주춤한 데다 기업 살생부에 따른 구조조정 옥석가리기 시류에 편승해 시중은행들은 특유의 주판알 튕기기에 나서며 시어머니의 모진 시집살이가 살아나기 전에 추가부실 우려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물 들어와도 노는 제대로 저어야"‥구조조정 시금석
은행권이 이전과 달라진 환경 속에 부랴부랴 부실정리를 행동에 옮기고 있는 가운데 시어머니도 않 계시고, 마침 물이 들어온 시점에 열심히 노를 젖기는 했는 데 과연 그 결과가 부실기업 처리 문제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귀결될 지, 자뭇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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