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시급히 통과되어야 할 민생법안 '효도법'

입력 2016-02-04 15:03   수정 2016-02-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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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 각서가 있어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이 땅의 부모들을 홍익인간으로 살려야


▲ <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조상에게 차례를 올리는 민속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 왔다. 그래서 가정마다 집안 식구들이 모이면,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명절 문화다.

아마 정치 얘기도 단골 `안주`로 등장할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정부와 청와대가 국회를 향해 "일 할 수 있게 법안 결재(법안통과)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민생법안`들은 모두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 듯싶다.

그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통과되면 270만 명에게 약 4,600억 원 이상의 이자부담 경감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서민생활 안정에 꼭 필요한 법으로 지목한 서민금융생활지원법과 대부업법 개정안 등이 있다.

또 정부의 지나친 규제를 풀기 위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불황기 기업의 자구책을 지원하려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 자본시장법, 민간투자법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입장이어서 민생관련 법안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선거법개정안을 민생법안 통과와 연계시키려 하고, 여당은 정치와 관련 없이 민생법안은 우선 통과시키자는 주장이 팽팽해 발이 묶인 상태다.

그 같은 민생법안 중에는 일명 `효도법`이라는 것이 있다. 부모를 잘 모시는 자녀들에게는 상속·증여세를 줄여주는 등 `표창`하고, 부모를 무시하는 자녀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부모를 공경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법률이다.

물론 효도(孝道)라는 것을 법으로 강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가정에서 노인공경이 사라지고, 친 부모마저 무시하는 불효자식이 많다보니 할 수 없이 법이라도 만들어 부모와 노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변호사 사무실에는 `효도계약`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효도계약서`에 대한 질문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갑(甲)인 아버지 아무개와 을(乙)인 아들 아무개는 상호 존중을 전제로 `갑`의 재산을 `을`에게 증여하는 대신, `을`은 `갑`의 사망시까지 다음과 같은 부양의무를 진다"는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면 좋겠느냐는 내용이다.

이미 보도가 된 것처럼 지난해 말 대법원이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영향을 받은 때문으로 보인다.

언론에 보도된 자초지종은 이렇다.

76살인 아버지는 지난 2003년 서울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아들에게서 `효도각서`를 받아두었다고 한다. 한 집에 살면서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길 경우 "부모의 어떤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아들은 한집에 살면서 부모와 식사조차 함께 하지 않았다. 또 병 든 어머니의 간병을 따로 사는 누나에게 떠맡기는가 하면, 부모에게 노인 요양시설로 가라는 말까지 했다.

이에 아버지는 "집을 팔아 어머니와 따로 살 집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당신들이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는 막말까지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아버지가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아들이 서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만큼 재산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 같은 판결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또한 `효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위 사례는 다행히 아들로부터 `각서`를 받아놓아 법의 보호를 받게 된 경우지만, 대부분의 무모는 그 같은 각서를 받지 않았기에 노인세대가 염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을 경우 자식이 학대하면, 언제든지 물려준 재산을 부모가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 바로 `효도법`의 기본이다. 또 그것이야말로 국회가 통과시켜야 하는 민생법이라는 주장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안타까운 사례가 실제 많다. 10년 전 10억 원 상당의 논밭 재산을 맏아들에게만 주었는데, 아들이 매달 60만원씩 용돈을 주겠다는 약속은 고사하고, 생활비조로 매달 20만원씩 주라는 법원의 조정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약속을 입증할 만한 계약서 같은 것이 없고, 간접 사실 등을 모아 약속을 증명할 수도 있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우리나라에는 미물인 까마귀조차 제 부모를 공경한다 하여 "까마귀도 석 달 열흘이 지나면 부모의 공을 갚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까마귀는 자라서 사냥할 힘이 없는 늙은 부모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고사도 전해지고 있다.

이번 설에는 아무 의미 없이 형식적인 차례를 올리지 말았으면 한다.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예(禮)도 중요하지만, 우선 당장은 현재 살아계신 부모에 대한 효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곰곰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서 땅을 치고 운들 아무 소용이 없다. 홍익인간 정신은 가정의 효(孝)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병신년(丙申年)의 소중한 설이 되기를 기원한다.

▶글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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