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강하늘과 청춘과 연기와 시 [인터뷰①]

입력 2016-02-15 19:39  

사진출처-<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a> MAXIM

강하늘을 처음 본 것은 `꽃보다 청춘 시즌2 아이슬란드(ICELAND)` 제작발표회 때였다. 일정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던 모습이었다. 첫인상에서 반듯하고 예의 바른 이미지를 심어준 그가 이번 인터뷰에서는 진지함으로 무장하고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하는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는 같은 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장르도 시대도 다른 두 작품이지만, 청춘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일맥한다. 그는 `미생`의 장백기, `스물`의 경재 등을 연기하며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이번 두 영화를 통해서 청춘 연기의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두 영화가 동시에 개봉하면서 관객의 비판을 두 배로 받아야 하니까 걱정이 된다. 완벽한 연기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연기자가 자기 연기에 만족하겠나. 나도 마찬가지다.내가 사랑했던 작품들에 대한 관객의 평가가 이어질 텐데 `작품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작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과 `관객이 내가 좋아했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줄까`에 대한고민이 있다. 댓글은 잘 안 보고 주변에서 해주는 얘기는 좀 들었다. 칭찬을 해주셔서 좋긴 좋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관객들이 재밌다고 해주셨으면좋겠다는 마음뿐이다."

영화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일생과 그보다 석 달 먼저 태어난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좇는다. 영화에서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열사의 일생을 다룬 작품은 이번이 처음. 강하늘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윤동주 시인을 주제로 영화를 촬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제가 원래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해서 기대와 흥분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치기 어린 것도 있었던 것 같다.그런데 결정하고 난 후부터 부담감이랑 중압감이 너무 컸다. 잠수탈까, 도망갈까도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사진출처-한국경제TV MAXIM

영화 속 동주는 시인을 꿈꾸지만 반대하는 부모님과 갈등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청년이다. 그는 자신보다 일찍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촌 몽규를 질투하고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그를 동경하며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그 부분이 `동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이 윤동주 시인을 생각했을 때 거대하고 아름답고 찬란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하지만 정작윤동주 시인의 삶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다. 윤동주 시인은 허구의 인물이 아닌 그 시대에 살았던 한 젊은이였는데 그런 그가 가져야 하는 열등감이나 패배감, 질투심,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을 거다. 우리는 그런 걸 다 무시하고 단지 그의 시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만들어 버린 거다. 그런 의미에서 반성을 많이 했다. 윤동주를 시인이 아닌사람 윤동주로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다."

위에서 언급했듯 강하늘은 주로청춘 역할을 했다. 인생에서 청춘이라는 지점은 사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현재 27세인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청춘이기도 하다. 강하늘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사실 그동안 청춘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청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때가 청춘인 것 같다. 청춘이 지나고 나면 그제야 `그때가 청춘이었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청춘일 때는 그게 청춘인지 모른다."

우리가 기억하는 윤동주 시인의 이미지는 흑백 사진 속에 있다. 영화 `동주`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이다. 색채를 거둔 영상은 배우의 연기와 표정에 집중하게 한다. 입술을 씰룩거리는 모습, 희미하게 쓴웃음을 짓는 모습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촬영하는데 얼굴의 움직임이 정말 잘 잡히더라. 그게 흑백영화가 주는 묘미인 것 같다. 입을살짝 다물었다가 떼는 것도 흑백에서는 잘 보이더라. 이걸 역이용하면 내가 원하는대로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연구를 좀 했다."
사진출처-한국경제TV MAXIM

배우가 배의 선원이라면 감독은 배의 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에 터치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익히 알려졌다. 강하늘과 이준익 감독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 부분은 연기자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이준익 감독 스타일이 잘 맞는다. 배우가 생각하고 고민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 역할에 스스로 고민을 하다 보면조금이라도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 주문을 하면 거기에 갇혀버리게 된다."

송몽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과의 호흡도 좋았다. 이들이 함께 작품을 하는 것은 이번이처음이지만,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촬영 내내 `서로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에 대한 대화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청춘, 사랑, 우정, 아픔, 기억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한다. 강하늘은 `동주`를 통해서 관객들이 무엇을 보기 원할까.

"이준익 감독님과 작품을 하면서 가장 큰 배움을 얻었던 게 작품의 의도를 넣는 게 어떤의미로는 폭력이라는 거다. 이 부분에 동의한다. 내 의도를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동주`가 저예산 영화인데, 예산이 적든 많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마음은 전달하고 싶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박성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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