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서 10시간 18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 국내 최장시간 발언기록을 갈아치웠다.은 의원은 이날 오전 2시 30분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올라 토론을 시작한 뒤 낮 12시 48분에 내려왔다.
지금까지 국내 최장발언 기록은 1969년 8월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행한 10시간 15분이었다.은 의원은 기존 기록을 3분 초과한 뒤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긴 필리버스터 기록은 어떻게 될까?
세계 최장 필리버스터는 미국의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Strom Thurmond)가세운 기록으로, 무려 24시간 18분에 달한다. 당시 55세였던 그는 Civil Rights Act(흑인 투표권 보장을 위한 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8월 28일 오후 8시 54분부터 다음 날 오후 9시 12분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스트롬 서먼드는 24시간 이상이라는 연설을 위해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생리 현상으로 인한 중지를 막기 위해 증기 목욕으로 몸속의 수분을 제거했고, 자양강장제를 비롯한 몇 가지의 약을 준비했다.그 외에도 그가 연단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보좌관에게 물 한 양동이를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하루 동안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스트롬 서먼드는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주장 외에도 시간을 지연하기 위해 다양한 법조문과 연설문을 낭독했다. 그중에는미국 48개 주의 선거법,미국 형사법,대법원 판결문을 비롯해미국 헌법 권리장전,미국 독립 선언서,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퇴임사까지 있다.그러나 그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종 차별을 폐지하는 골자의 위 법안은 통과됐다.
그 외에도 스트롬 서먼드에 대한흥미로운 여담으로, 그는 2003년100세의 나이로 작고해 `미 역사상 최장기 상원의원직 역임`이라는 또 하나의 최장 기록을 갖고 있다. 또한, 인종 차별 정책의 선봉에 서 있었던 경력 뒤에 숨겨온 흑인 혼혈 딸이 있다는 사실이 사후에 밝혀져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편, 지난 22일 시작된 한국의 필리버스터는 현재 사흘째로, 이론적으로 2월 임시국회의 회기 마지막 날인 3월 11일까지 지속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국내 최장 기록을 넘어 필리버스터 세계 최장 기록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