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탐구 생활] “그래, 김수현 작가라 그런거야” 김수현표 드라마의 법칙

입력 2016-03-19 23:30  

홈드라마의 대가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가 3대에 걸친 대가족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토리 전개에 낯익은 포지션의 배우들까지, 또 다시 반복되는 김수현표 가족드라마가 식상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마니아층의 지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목욕탕집 남자들’, ‘부모님 전상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외 다수의 작품부터 ‘그래, 그런거야’까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법칙들을 모아봤다.

▲ 호랑이 할아버지부터 철없는 손자까지, 집에 한 분씩들 있잖아요?



강부자, 김해숙, 송승환, 윤여정, 이순재, 임예진, 노주현, 정준 등은 일명 김수현 사단 배우들. 이들은 극중 늘 비슷한 포지션을 담당한다. 보통 집안의 최고 어른은 보수적인 마인드의 호랑이 할아버지다. 이 역할은 당신이 떠올린 바로 그 배우, 이순재가 주로 맡는다. 그리고 2세대는 보통 3형제로 구성된다. ‘그래, 그런거야’에서도 노주현-송승환-홍요섭이 2세대를 채웠다.



이런 2세대의 세 며느리 중 한 명은 반드시 살림에 능하고 노부모를 열심히 봉양하는 전형적인 맏며느리감이며 적당히 눈치 있거나 아예 철없는 며느리가 나머지 캐릭터를 이룬다. 이어 3세대엔 늘 철없는 손자와 가부장적인 가풍을 이해 못하는 개방적인 손자며느리가 등장한다. 이외에도 가족 중에 늘 싱글인 이모 혹은 고모가 함께 산다. 이들은 대부분 약간 푼수지만 정 넘치는 캐릭터다.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취업 대신 블로거로 먹고 살겠다고 떼쓰는 유세준(정해인), 김숙자(강부자)의 이복 여동생이자 젊은 시절 남편과 이혼한 김숙경(양희경)이 해당된다.

▲ “데자뷰 의심할 판” 반드시 등장하는 설정들

-모든 역사는 밥상머리에서...



밥 하는 장면부터 반찬에 대한 대화, 식사 장면까지 밥상을 중심으로 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홈드라마인 만큼 집안의 일상적 풍경을 담으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유독 김수현표 드라마의 가족들은 밥상머리에서 갈등하고 대화하고 화해한다.

특히 며느리들은 주방 식탁에서 멸치를 다듬곤 하며, 자주 등장하는 식사 메뉴는 청국장과 무채다. ‘부모님 전상서’에서 어머니(김해숙)은 청국장과 무채를 넣은 비빔밥을 먹었고,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현수(엄지원)는 원치 않는 소개팅 자리에 나가 아침부터 고대하던 ‘청국장 타임’을 방해받았다고 불만을 터뜨렸으며 ‘천일의 약속’ 서연(수애)은 알츠하이머 증세가 시작된 이후 고모집에 방문해 청국장 반찬의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흔한 거품목욕



등장인물이 우아한 자태로 거품 목욕하는 장면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은수(이지아)가 딸과 거품 목욕을 했고 다미(장희진)도 마찬가지였으며,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이태희(임예진)가 욕조 가득 채운 거품으로 목욕을 즐겼다. 여기에 레드 와인은 필수다.

-더 흔한 양치질



주인공들은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편이다. 주로 양치를 하며 회상하거나 깊은 고민에 빠진다. `천일의 약속` 서연(수애)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후 양치질을 하며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라고 외쳤다.

`그래, 그런거야` 한혜경(김해숙)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 집안일을 시작하기 위해 일어나 양치를 하며 잠을 깼다. 양치, 세수에 이어 화장실까지 청소한 그는 "그저께와 똑같은 어제, 어제와 똑같은 오늘. 한 달 후, 1년 후와 똑같은 하루하루"라고 되뇌이며 대가족의 살림을 책임지는 며느리로서의 고단함을 표현했다.

▲ 한 장면만 봐도 느낌 오는 ‘김수현표 대사’



김수현 드라마의 특징을 언급하며 속사포같은 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방대한 대사를 막힘없이 빠른 속도로 내뱉고 또 이를 받아치는 긴 대사가 등장하는 핑퐁 같은 대화가 특징. 이때 인물 간 대사 텀은 숨 가쁠 정도로 짧다.

모든 등장인물이 한 사람의 입으로 말하는 듯 비슷한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달변가라는 점이다. 철없는 캐릭터는 있을지언정 어눌하게 말실수하는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조금 느긋한 성격인 인물조차도 말을 받아칠 때만큼은 칼날처럼 예리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할 말을 다 해내고 만다.

이처럼 여백 없이 휘몰아치는 공격적인 대사 뿐 아니라 연극 톤의 문어체에 가까운 대사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천일의 약속` 서연(수애)의 대사 중 "당신 삶까지 망가뜨릴 수 없어. 그건 내가 아는 사랑이 아니야. 내가 아는 사랑은 내가 빠진 늪에 같이 끌어넣는 게 아니야. 나는 고장 나고 있어"와 같은 식. 또 ‘내가 할게’는 ‘내가 해’, ‘이건 해야 돼’는 ‘이건 해야 해’ 같은 형식 뿐 아니라 `먹자, 먹자니깐`,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 그렇다고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등 굳이 반복되는 대사들도 있다.



보통 철없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젊은이들이 옛날식의 말투를 쓰는 것도 특징이다. ‘잠깐 잘게’는 ‘잠깐 졸게’, ‘헤어졌어’는 ‘헤졌어’, ‘귀찮아’는 ‘꾀가 나’라고 하는가 하면 ‘~한 거 아니우?’, ‘당신 그런 것 같어’, ‘당신 그런거 우스워’ 같은 류의 대사다.

극중 꽤나 심각한 상황에서 느닷없는 대사로 분위기를 깨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사랑과 야망’에서 남편의 전실 자식에게 직접 짜준 스웨터를 퇴짜 맞고 속상해하는 은환(이민영)에게 명자(김나운)는 “그 년은 동생 속 뒤집으려고 태어난 년이니 마음 쓰지 마라. 어휴 근데 오늘 저녁 뭐 해먹지?” 라고 말했던 식이다. 상황과 아무런 상관없는 말이 거슬린다는 반응도 있지만 오히려 그 어떤 대사보다 리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사진=삼화 네트웍스,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천일의 약속`,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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