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탐구] 복수송·랩·판소리…'축가' 이런 노래도? ②

입력 2016-05-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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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따스한 봄, 5월이 시작됐다. 살랑이는 봄 바람만큼 불어오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결혼. 식장을 잡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가 다가온 만큼, 각종 매체에서도 결혼과 관련된 특집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에서 웨딩싱어즈 특집을 마련해 멤버들이 직접 축가를 부르는 이벤트를 선사했고, 이는 곧 `축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방송 직후, 각종 음원차트에는 축가로 자주 쓰이는 노래들이 속속 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가요탐구] 유리상자·노을·성시경·스윗소로우·케이윌의 공통점은? `축가` ①에 이어)

#축가, 이런 노래도?

`축가`하면 감미로운 발라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축가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잔잔한 곡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각종 댄스곡은 물론이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공연 형태도 각광 받고 있다. 이는 곧 축가를 부르는 가수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축가로는 전혀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 곡들도 존재하는 법. 가수들이 직접 밝힌 독특한 축가 일화를 모아봤다.



▲ 차수경 `용서 못 해`…복수송이 축가로?

드라마 ‘아내의 유혹’ OST ‘용서 못 해’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가수 차수경은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 출연해 ‘용서 못 해’를 축가로 부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돌잔치와 결혼식 축가로 ‘용서 못 해’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꽤 많았다”고 밝혔다.

‘용서 못 해’는 막장 드라마의 최고로 손꼽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OST인 만큼, ‘용서 못 한다’는 복수의 내용을 담은 곡. ‘왜 너는 나를 마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 내 모든 걸 다 주는데 왜 날 울리니/ 네가 나에(게) 상처 준 만큼 다시 돌려줄 거야/ 나쁜 여자라고 하지 마 용서 못 해’라는 가사는 축가라기엔 다소 섬뜩하다.

차수경은 “어린 나이에 복수송을 불러서 힘들었다. 평소 화가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곡이 될 줄 몰랐다”라며 “축가를 부르고 난 뒤에는 꼭 용서해야 한다는 멘트를 붙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강성 `야인`…조폭을 울린 감동 포인트

가수 강성의 축가 일화도 유명하다. 강성은 ‘슈가맨’에서 조폭들의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자주 부른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깨 분들 결혼식장에 많이 갔다. 거기서 드라마 ‘야인시대’ OST ‘야인’을 불렀다”고 밝혔다.

‘야인’은 드라마 ‘야인시대’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곡. 힘 있는 멜로디와 강렬한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은 ‘나는 야인이 될 거야/ 어두운 세상 헤쳐가며/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 않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려 하네’또는 ‘그저 난 남자일 뿐이야/ 진정한 이 시대의 야인’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강성은 “가사 중 ‘사랑도 명예도 중요하지 않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걸 축가로 부르니 좋아하시더라”면서 “우시는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기억에 남는 행사로 “전국 팔도에서 모인 각설이 행사였는데, 엿치기를 하실 때 옆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아웃사이더 `외톨이`…한 달 동안 무려 30번 불러

래퍼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도 축가로 등장했다. 아웃사이더는 최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해 축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결혼식 축가를 자주 간다. 3월에만 30번 정도 갔다”며 대표곡 ‘외톨이’를 부른다고 밝혔다.

아웃사이더에 의하면 ‘외톨이’를 축가로 요청하는 이유도 남다르다. 그는 “결혼식을 하면 다들 눈물을 흘리곤 한다.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허전함을 달래고 싶어서 ‘외톨이’를 요청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이클 잭슨의 ‘유 어 낫 얼론’을 힙합으로 리믹스 해 함께 불러준 뒤, ‘세상에 태어날 땐 혼자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끝을 낸다”고 밝힌 바 있다.

‘외톨이’는 빠른 비트에 아웃사이더의 속사포 랩이 더해진 곡으로,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가만히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나/ 사랑도 사람도 너무나도 겁나/ 혼자인 게 무서워 난 잊혀질까 두려워’라는 가사로 외톨이의 절절한 심정을 담고 있다.



#홍지민 `경사났네`…구성진 가락

뮤지컬 배우 홍지민도 독특한 축가를 부른다고 밝혔다. 홍지민은 최근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후배들을 위해 축가를 많이 부른다”며 “주로 판소리 타령을 부른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직접 판소리 타령 ‘경사났네’를 구성지게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판소리만 부르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배우답게 풍부한 성량을 가진 그는 후배들의 결혼식에 완벽한 축가를 선사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KBS1 `엄마의 탄생`에서 지인 결혼식의 축가에 나선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건모의 `첫인상`…길구 "피아노 반주자가 안 와서…"

길구봉구의 길구는 웃지 못할 축가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길구봉구는 다수의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OST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실력파 듀오. 그 중 멤버 길구는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는 결혼식장에서 김건모의 ‘첫인상’을 불렀다는 독특한 일화를 전했다.

길구는 “피아노 반주자가 못 온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았다.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악보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그가 악보없이 칠 수 있는 곡은 오직 ‘첫인상’ 뿐이었다고. 결국 그는 엄숙한 예배 결혼식에서 `짧은 머리에 짧은 청바지가/ 너의 첫인상이었어`를 열창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도(?) 김건모의 ‘첫인상’은 꽤 달콤한 가사로 이루어진 곡. ‘그런 난 네가 좋았어/ 약속된 만남이었을 거야/ 처음부터 아주 오랜 친구처럼/ 우린 어색함이 없었으니까’, ‘이런 게 아마 사랑일 거야/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 등의 가사에 길구의 소울풀한 보컬이 더해져 독특한 축가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사진=JTBC, 오앤오엔터테인먼트, 코엔스타즈, 뮤직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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