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리기 대회 “나 처럼 해봐요 이렇게”, 다들 나만 봐~

입력 201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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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대회를 아시나요?

멍때리기 대회가 이틀 연속 주요 포털 화제의 핫토픽 키워드로 등극해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멍때리기 대회 사진들도 속속 SNS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전거 행렬이 분주히 오가고 아이들이 까르르 대며 뛰노는 이촌한강공원 청보리밭에 남녀노소 70명이 넋을 놓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기 때문.

이들은 모두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이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노신사까지 개성 넘치는 복장과 소품으로 세대·직업 대표를 자청한 이들은 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 참가 자격을 얻었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로 지난 22일 오후 열린 이 행사는 가치없는 멍 때리기에 목적을 둔다.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최대한 오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한다.

대회 취지에 맞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석자들이 멍 때리기에 동참했다. 참석 이유로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많았다.

자신을 `28세 여성 회사원`으로만 소개해달라고 요청한 한 참가자는 `결재서류`라고 적힌 검은색 결재판을 들고 나와 "결재받는 순간과 상사가 뭐라고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회사에서 멍 때리고 있으면 혼나는데, 여기선 상을 준다고 해서 나왔다"며 웃었다.

순환기내과 연구원인 대학원생 정다운(24·여)씨는 "요즘 실험이 많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아 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면서 "혼자 작정하고 일부러 멍 때리기를 하는 건 우습지만, 대회 소식을 듣고 이거구나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제안으로 대회에 나왔다는 초등학교 2학년 김지혜(8)양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돌며 공부하는데, 계속 쓰는 머리를 비울 수 있어서 좋다"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대전에서 KTX를 타고 상경했다는 미국인 캐이시 카들릭(26)씨는 미키마우스 잠옷을 입고 앉아 "평소에도 몽상을 즐긴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즐기고, 오늘 하루 릴렉스하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인 고등학교 2학년 강규림(16)·김도연(16)양은 "평소에도 멍 때리는 거라면 자신있다"며 "오늘 우승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참가자들은 기 수련자가 진행한 `멍 때리기(氣) 체조`를 시작으로 1시간 30분 동안 경쟁을 벌였다.

멍 때리기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졸거나 자면 안 되고 웃거나 노래를 불러도, 잡담을 나눠도 실격 처리하는 등 엄격한 규정이 적용됐다.

4간호사와 의사 의상을 입은 젊은 남녀가 스태프로 나서 규정을 위반한 선수가 있는지 감시했고, 15분마다 선수들의 심박수를 체크해 얼마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지 기록했다.

주최 측은 이날 땡볕이 쏟아지자 행사장에 얼음물 등을 준비하고, 참가자들에게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안전사고에 특별히 신경 썼다.

참가자들은 빨강·파랑·노랑·검정 등 색깔 카드를 들어 대회 동안 마사지 서비스, 음료서비스, 부채질 서비스 등을 받으며 멍 때리기를 이어갔다.

경연 결과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알앤비(R&B)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24)가 가장 안정적인 심박수 그래프 곡선을 그려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대회 내내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었는데, 1등 할 줄 몰랐다"면서 "정신과 육체를 휴식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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