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녀 이미지 떨친 유인영 “SNS로 대중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입력 2016-05-3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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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마리는 기존의 제 이미지 때문에 ‘손해 보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조금 거리를 좁혔으니까, 다음에는 좀 더 좁힐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유인영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200% 몰입, 밤 감성을 끌어올리며 깊은 감정의 여운으로 윤마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

극중 격랑에 휩쓸린 비련의 여인 윤마리 역을 맡은 유인영은 솔직하고 살가우며 인터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촬영을 하면서도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마리가 사건, 사고가 많았잖아요, 힘들기도 했고, 감정기복이 심했잖아요. 얼른 벗어 던지려고 노력했어요.”

주인공 차지원(이진욱)의 첫사랑이자 민선재(김강우)의 아내인 윤마리는 미소 뒤에 한 맺힌 슬픔과 한 남자를 향한 그리움을 감추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차지원을 사랑했지만 차지원의 원수인 민선재의 아내가 돼야 했던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윤마리의 어두운 면면까지 보여주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최대한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아무래도 윤마리라는 캐릭터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차갑고 도도한,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동안 항상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날 선 대사를 내뱉었다면, 이번에는 둥글게 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차지원과 민선재 사이에 선 윤마리는 두 남자의 갈등을 온 몸으로 맞았다. 차지원에 대한 열등감으로 폭주해가는 민선재와 그의 사랑을 받는 윤마리. 윤마리는 민선재가 거짓 임신으로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안 뒤, 복수에 불타오르게 됐다. 극 초반 청순하고 사랑스러웠던 여인에서 민선재에 대한 배신감으로 어둡게 변화한 윤마리를 강렬하게 그려냈다. 청순마리에서 다크마리가 되는 반전의 연기는 화제를 모았다.

“보시는 분들께 마리는 어쩌면 좀 얄미운 캐릭터였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마리 역시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안쓰럽고 불쌍한 사람이잖아요. 캐릭터의 변화는 극의 완성에 필요한 한 조각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기했어요. 센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힘들어요. 이유 없이 나를 괴롭혀야 하는 부분도 많아요. 맨 날 착하게 당하는 것보단 훨씬 현실적인 캐릭터라고도 생각해요.”



윤마리는 차지원과 민선재의 사이에 서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기간은 극히 짧다.

“처음에는 ‘나도 사랑을 받게 됐어’라며 기뻐했는데 생각보다 짧게 그려져서 조금 아쉬웠어요. 항상 누굴 짝사랑하거나 뺏으려는 입장이었는데 그래도 끝까지 사랑은 받았으니까 만족하고 있어요.”

윤마리는 결국 민선재를 용서하고, 기다림을 약속했다.

“세 가지 결말이 있었을 텐데, 유인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걱정했어요. 기댈 수 있는 게 선재 밖에 없잖아요.”

촬영장 에피소드를 묻자 입가에 미소부터 떠오른다. 고생스러웠던 순간들만큼이나 추억도 쌓였을 테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팀워크가 굉장히 좋았어요. 김강우와의 호흡은 처음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너랑 잘 맞을 거’라고 해주셨어요. 즉흥적이 부분보다는 연구를 하는 타입인 것 같더라고요. 의지가 되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이진욱과는 두 번째 작품이고, 친분도 있어 편했어요. 키스 장면은 너무 추워서 정신이 없었어요. 친하니까 얼굴을 가깝게 대는 게 너무 웃겼어요. 이진욱은 처음에 빠지는 스타일이라면, 김강우는 서서히 빠져드는 스타일 같아요.”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초반 시청률도 화제성도 현저히 낮은 편이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태양의 후예’가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태양의 후예’가 종영하자 시청률 1위를 기록, 호평 속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경쟁작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시청률이 비슷했을 때가 더 마음 졸였어요. 처음에는 마음을 비웠죠. 저희 드라마도 초반에 재미난 상황이 많았는데, 아쉬웠어요. 배신하는 느낌이 들어서 ‘태양의 후예’는 안 봤어요.”

유인영은 지난 2004년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으로 데뷔해 큰 키와 수려한 외모로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매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내 사랑 금지옥엽’,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바보엄마’, ‘원더풀 마마’, ‘기황후’, ‘별에서 온 그대’, ‘가면’, ‘오 마이 비너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등에 출연해 배우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는 여러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겪는 힘든 점들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저도 사람인지라 슬럼프도 있었어요. 서른 살을 기점으로 달라졌어요.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했어요. 지금도 솔직히 말하자면 전 어중간한 위치예요. 선택의 여지가 많이 없어요. 사람마다 운이 적용되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아직 그 시기를 만나지 못 한 거고요. 그래서 실력을 키우면서 제게 올 운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게 비록 천천히 가는 길일지라도요.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나이가 들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지금 보다는 내년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살아요.”

유인영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을 펼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출연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정도가 전부이다.

“두 번째 출연이었어요. 재밌게 촬영했어요. 나름 오랜 만에 나가는 거라 예쁘게 보이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예능은 무서워요. 말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리고 아직까지 제 얘기를 하는 게 편하지는 않아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부담스러워요. 순발력이 없어요. SNS로 대중과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유인영에게 우선순위는 연기다. ‘패셔니스타’, ‘워너비 몸매’ 등으로 이슈가 되는 것도 좋지만 연기로 평가받길 원한다.

“몸매 부각되는 것이 싫었어요. 너무 속상했죠. 보수적인 부분도 있어요.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워낙 몸매 좋은 분들이 많아서 신경을 쓰지는 않아요. 몸매관리에 대해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사실 진짜 민망하지만 정말 운동을 싫어해요.”

어느덧 결혼적령기가 됐지만 아직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만남은 부담스럽단다.

“연애는 안 하고 있어요. 나이가 드니까 조심스러워져요. 내 나이라면 진지한 만남을 통해 결혼까지 가야하는 사람을 만나야하는데, 그러기에는 지금은 싫어요. 소개팅 얘기를 많이 해요. 결혼을 하면 새로워진다고 생각해요. 결혼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36살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상형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예전부터 제가 호감을 가졌던 분들을 모아 생각해보면 다 다르더라고요.”

연기 욕심이 많은 유인영은 최근 5년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펼쳤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예전에는 대본을 읽고 재미있으면 무조건 ‘이건 내가 꼭 해야지’ 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전체적인 걸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10년 동안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났는데 흥행하는 작품 속 캐릭터로만 알려지는 거예요. 흥행작들 대다수가 악역으로 출연한 드라마였고요. ‘아무리 좋아서 작품을 한들, 시청자가 봐주시지 않으면 소용이 없구나’라는 걸 깨달으면서 역할이 아닌 전체적인 면을 따져보게 됐고요. 예전에는 현장에 가면 즐거움이 컸다면 지금은 많은 것을 알게 되다보니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마이너스이기도 한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거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유인영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힘들어도 재미있는 게 연기라는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것은 그에게 연기자로써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 쉬는 것을 못 해요. 다음 달까지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여행 다녀오려고요. 다녀오고 나면 의미가 크게 작용할 것 같아요. 지금으로써는 작품 마무리가 잘 됐고, 영화가 돌풍을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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