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선 '생존전투' 죽음의 바다로...험한 바다서 목숨 걸고 조업

입력 2016-05-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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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울릉도 인근 해상. 난민선 같은 작은 목선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0명 가까운 선원들이 일렬로 서있다. 변변한 기계장비 없이 손으로 그물을 끌어당기는 어민들.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물고기와 조개 등을 잡기 위해 먼 바다로 나선 북한어선이다. 금방이라도 침몰할 듯 높은 파도가 들이치지만, 조업을 멈추지 않는 어민들. 북한어선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한 조업에 나서나.
북한과 마주한 러시아 접경지역. 러시아 측 해안가에 200여 척의 어선이 부서지거나 백사장에 처박힌 채 방치돼 있다. 낡은 목조 어선에 쓰인 뚜렷한 한글을 보면, 러시아 해역에서 조난되거나 불법조업을 하다 나포된 북한어선들의 잔해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곳을 `북한어선 무덤`이라고 부른다. 무리하게 바다에 나섰던 북한어선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어디일까.
일본 서해안으로 떠내려온 북한 어선들은 최근 3년 동안에만 170척이 넘는다. 어선에서는 북한 어민으로 추정되는 시신들도 발견됐다. 하지만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 정부의 공식 소환 요청이 없는 데다 국교도 단절된 상태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일본에서 발견된 북한 어민 시신은 KBS에서 확인한 것만 40구가 넘는다. 이 가운데 11구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인계됐다. 나머지 시신 32구는 화장돼 일본 사찰이나 공동묘지 등에 무연고자로 남아있다.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제7차 당 대회. 김정은은 사업 총화 연설문에서 수산업을 빠뜨리지 않았다.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여 물고기 대풍을 안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수산물 장려책은 김정일의 유훈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지난해에만 수산 관련 기관 15곳을 방문했다. 집권 이후 해마다 방문 횟수가 늘고 있다. 주민 식생활 개선에 노력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외화벌이가 주된 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수산물 생산 독려정책에 따라 북한 어민들은 생사를 넘나들며 먼 바다까지 나아가 어획량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잡아올린 고기들은 북한 주민들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북한 어민들이 생산한 수산물은 대부분 접경지역인 중국 훈춘과 단둥으로 유입되고 있다. 바다가 없는 훈춘은 육로를 통해 동해 북한수역 수산물이 들어오고 있다. 서해를 마주한 단둥은 해상에서 교역이 활발하다. 중국어선이 직접 북한 바다에서 조업하기도 하고 대형 운반선을 보내 수산물을 사들인다.
해마다 수천 척의 중국어선이 북한 바다로 들어간다. 북한이 돈을 받고 조업권을 넘긴 것이다. 중국어선이 동해에 진출한 2004년 이후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서해에서는 꽃게 어장을 중국어선이 휩쓸고 있다. 갯벌까지 팔아 넘기면서 인위적인 중국 종패 투입에 따른 생물 다양성 훼손과 생태계 파괴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한 어민들은 목숨을 걸고 더 멀리 더 위험한 바다에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31일 화요일 밤 10시 10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되는 <北 어선 `생존전투` 죽음의 바다로>에서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북한 조난 어민을 조명하며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열악한 북한 수산업 실태를 살펴본다. 또 북한의 어장 판매에 따른 국내 수산업 피해를 진단하고, 분단을 넘어 통일시대 대비책 등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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