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 크고작은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경주 여진은 규모 1.5∼3.0 393회, 3.0∼4.0 14회 4.0∼5.0 2회 등 409차례 발생했다.
이런 경주 여진 발생횟수는 2009년부터 작년까지 7년 동안 일어난 지진(396회)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12일 오후 규모 5.8의 경주 본진 이후 여진 강도가 약해졌다가 일주일 후인 19일 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강도가 센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지진에 여진까지 이어지자 경주시민 등은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주변 공사장에서 들리는 `쾅쾅`,`윙윙`하는 기계 소리 등에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등 일이 잦다고 한다.
경주 강진 진앙인 내남면 부지리에 사는 주민들은 "집 바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누워있지 못하겠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신경이 곤두선다"는 등 고통을 호소한다.
경주에 사는 이모(55·회사원)씨는 "지진 때문에 추석 연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작은 피해라도 본 주민은 여진에 폭우로 혹시나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경주 시내 한 약국 관계자는 "청심환이 평소보다 4∼5배 더 많이 나갔다"며 "남성보다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 여성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도 지진 이후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체로 지진이 또다시 올까 봐 밤새 잠을 못 이루는 등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겪은 탓에 불안증세를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우선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치료를 하거나, 수면제 처방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와 가까운 포항을 비롯해 대구, 울산, 부산 등에 사는 시민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도 `헬기 소리가 너무 커서 심장이 자꾸 쿵쾅거린다`, `바람 때문에 방충망이 덜컹거리는 소리에도 겁을 먹었다. 소리에 민감해졌다`는 등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구한의대 김성삼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으나 심하면 전문가 상담, 약물치료 등 처방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트라우마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