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한화그룹이 페북팬 100만명을 모은 비결

지수희 기자

입력 2016-09-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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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화그룹 페이스북 `한화데이즈` 캡쳐)


한화그룹 페이스북 페이지 `한화데이즈`의 콘텐츠는 다소 황당하다. 가끔 기업 페이지가 맞는지 의심스럽고 이건 잘못 올린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내용도 없는 짧은 영상이 많고 친절하게 설명도 안해준다. 하지만 팔로워들은 반응한다.

최근 한화데이즈의 팬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그룹사 중에선 4번째다.

석유화학과 태양광, 방산 등 소비자와 쉽게 친해지기 힘든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둔 한화가 어떻게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 설명은 최대한 배제.."개인 SNS처럼"

"별 내용 없는게 저희 콘텐츠의 콘셉트에요"

한화데이즈 100만 돌파를 이끈 조정헌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SNS처럼 페이지를 운영하는게 한화데이즈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SNS가 개인들의 미디어인 만큼 그들과 소통하려면 너무 잘 짜여져도 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서도 안된다는게 조 차장의 생각이다.

"저도 SNS 이용자의 한 사람인데 여기저기서 콘텐츠가 양적으로 너무 많이 쏟아지다보니 설명이 많거나 영상이 길면 보고싶지 않더라고요. 그냥 피드를 쭉쭉 올리다가 어! 하고 멈추게 되는 콘텐츠의 제작 방식을 적용했어요"

한화데이즈의 콘텐츠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워터파크 홍보 페이지들은 수영복을 입고 신나게 놀고 있는 사람들과 길게 이어진 미끄럼틀 사진을 보여주며 이 곳에 가면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한화데이즈는 얼음물이 담긴 대야에 발을 담그는 단 9초짜리 영상(한화아쿠아월드 홍보)만을 보여줄 뿐이다.


(▲사진= 원마운트 페이스북(왼쪽)과 한화데이즈 페이스북(오른쪽) 캡쳐)

보통의 베이커리 홍보 페이지들이 제품 사진에 텍스트로 이 제품이 얼마나 맛있고 저렴한지 설명하지만 한화는 달콤해보이는 케익을 포크로 뜨는 14초짜리 영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어떤 텍스트도 없다. 친구와 수다떨듯 시원한 곳에 가고싶다, 단것 먹고 싶다는 메시지만 전한다.

콘텐츠 전략이 직관적인 짧은 콘텐츠로 정해지면서 한화데이즈는 제작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과거 차이니즈 레스토랑 홍보 영상에는 간판과 내부모습으로 시작해 주인공 남녀가 등장해 맛있게 먹고 대화하는 장면 등등 많은 것이 담겨야했다면 이제는 탕수육에 소스가 뿌려지는 10초짜리 영상이면 된다.

긴 영상은 기획부터 게재까지 최소 1주일이 걸렸지만 이제는 단 몇시간이면 콘텐츠 완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유리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제작 과정이 복잡하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해 정작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잃을 수 있다"며 "긴 얘기보다 느낌이 좋은 콘텐츠가 반응도 좋고 제작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커뮤니케이션팀 이유리 부장(왼쪽)과 조정헌 차장(가운데))

◇ "SNS 운영, 자율과 권한이 필수조건"

"콘텐츠 하나를 만들 때 마다 기획안 내고 콘티짜고 문구 하나하나 수정받고 이게 왜 이미지 보다 영상으로 만드는게 나은지 설득해야 하고 이 정도 비용은 꼭 필요한지를 이해시켜야 한다면 뭐하러 새로운 걸 하겠어요? 그냥 하던걸 하지."

한화그룹의 모든 SNS를 혼자 운영하는 조정헌 차장은 한화데이즈의 성공 비결에 대해 조금의 주저도 없이 "부장의 무한 신뢰"라고 답했다.

팀의 수장은 방향을 정해주고 지나치게 벗어났을 때만 수정을 해 줄 뿐 모든 것을 실무자에게 이임했다. 그 덕에 조 차장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행사와 함께 메신저로 수시로 대화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SNS운영 초기 한화의 SNS 캐릭터였던 `태양이`는 월요일에 회사에 가기 싫다거나 빨리 퇴근하고 싶다거나 부처님 오신날이 금요일이면 <부처님 센스있네> 같은 글을 올리는 등 모든 직장인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한화 공식 페이지에 스스럼 없이 내비쳤다.

오히려 다른 회사에서 "부장이 OK 한 거냐?"라며 우려할 정도였지만 그런 공감이 지금의 결과를 이끌었다.

이유리 부장은 10년 전 실무자로서 웹진을 만들던 시절에도 온라인 콘텐츠 부서 만큼은 자율이 중시됐다고 전한다. 신뢰 받았던 경험이 그를 신뢰 주는 리더로 만들었다.

실무자 만큼이나 SNS 트렌드를 꿰고 있다는 이 부장은 "실무단이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을 알기 때문에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며 "너무 많이 관여하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송출 타이밍을 놓치면 콘텐츠 효과는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사진=한화데이즈 인스타그램 캡쳐)

한화는 올해 초 카카오스토리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 뿐 아니라 남아있는 이용자들도 한화의 타겟 고객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형의 서비스를 감각적인 사진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의 운영에선 어려움이 있었지만 운영자 개인의 채널처럼 제3자의 시각에서 찍은 사진보다 1인칭 시점의 사진들이 반응이 좋다는 노하우도 생겼다.

조정헌 차장은 "회사가 아닌 한화의 페북지기로 대화하려는 친근함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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