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자를 빛의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걸 방사광 가속기라고 하는데요.
1,000조 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만들어졌습니다.
맞춤형 신약이나 청정에너지, 반도체 개발 등 미래 신산업들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습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머리카락 굵기 1만 분의 1 크기인 나노 단위의 물질.
식물의 엽록체가 광합성을 하는 모습.
찰나 중에서도 찰나의 순간 일어나는 일을 거대한 현미경으로 마치 `슬로우 비디오` 보듯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열렸습니다.
태양보다 100경 배 밝아 꿈의 빛이라 불리는 `X선 자유전자 레이저`를 발생시킬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본격적인 가동을 눈 앞에 뒀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주로 쓰는 `X선`은 신체의 내부를 희미하게 들여다보는 정도지만 `X선 자유전자 레이저`는 살아있는 세포를 3차원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이뤄낸 쾌거입니다.
[인터뷰] 송창용 / 포항공대 물리학 교수
"미지의 영역이었던 나노 세계에서 나타나는 초고속 자연 현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꿈이 실현됐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새로운 현상들이 발견될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이번 방사광 가속기 개발에 든 비용은 4천3백억 원.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일부 핵심 부품은 이미 미국과 수출 계약을 맺었습니다.
5조4천억 원 규모의 세계 가속기시장에 진출하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가속기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마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맞춤형 신약 개발이 가능해졌고
초고속 화학 반응으로 분석이 어려웠던 광합성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미래 청정에너지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또 차세대 반도체 소자 제작에 필요한 극자외선 레이저 광원 개발 역시 이번 4세대 가속기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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