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은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복부를 절개하여 탈출된 장기를 복원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전방접근법`)은 이미 120년 전에 시작되어 여러 형태로 발달되었으며, 현대에 이르러 인공막(mesh)이 개발됨에 따라 더 비약적인 진화를 거듭하게 되었다.
그러나 외과 전 영역에서 복강경 수술이 기조를 이루게 된 1990년대 초반부터, 탈장 수술 분야도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복강경 탈장 수술은 이전 수술방식과 비교해서, 1∼2cm 크기의 매우 작은 절개만으로도 가능해서 미용 효과가 뛰어나며, 수술 후 통증이 적어 1∼2일이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따라서 현재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가장 선호하며, 고령, 중증 심장-폐 질환, 과거 복부 수술의 경험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대중적인 치료법이 되었다.
무엇보다 복강경 탈장 수술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재발율을 현저히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5∼10%에서 재발되는 `전방 접근법`과는 달리, 복부 근육의 후방(안쪽)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더 넓은 면적의 복벽을 강화할 수 있고 수술 부위에 집중되는 장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후방접근법`이라고도 하며 약화된 복벽을 `안쪽에서 더 넓고 튼튼하게 덧대어 힘을 분산시켜주는 것`, 이것이 복강경 탈장 수술의 기본 개념이다.
성인 탈장의 복강경 수술법
태생적인 통로가 폐쇄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소아 탈장과 다르게, 성인에서의 탈장은 복부 근육의 약해져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르다. 소아는 탈장의 통로를 막아주는 것으로 치료가 충분하지만, 성인 탈장은 반드시 약화된 복벽을 튼튼하게 강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공막(mesh)을 사용한다. 인공막이 개발되지 않았던 때에는 주변 근육이나 인대를 겹겹이 봉합하는 방식으로 복벽을 강화했으나, 무리한 운동이나 노화에 의해 봉합된 부위가 벌어지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로 인한 재발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인공막의 출현은 지나친 장력(당기는 힘)없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했고, 이어진 복강경 수술과의 조합은 성인 탈장의 치료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미국 FDA의 인공막에 대한 위험성 경고를 근거로 인공막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학계의 우려를 낳고 있는데, 민병원(보건복지부지정 외과전문병원) 탈장센터의 강길호 원장(현, 대한탈장학회 이사)은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용 인공막의 위험성을 지적한 미국FDA 경고문을 임의로 해석해서, 마치 탈장용 인공막도 사용하면 안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의사 윤리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누가 뭐래도 현존하는 탈장의 기본 치료는 인공막 수술이며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환자의 몫이기 때문에, 대한탈장학회(회장 조해창)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공막의 출현은 탈장 치료를 진일보시켰고 현재도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탈장 수술 가이드라인에도 명시되어 있고, 전 세계 탈장 수술의 70-80%를 차지하는 인공막 탈장 수술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아 탈장의 복강경 수술법
소아에서도 복강경 수술이 무조건 더 좋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우선 복강경 수술에 필수적인 전신 마취의 시간이 길어지면 심폐기능이 미숙한 소아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며, 절개술 방법과 비교해서, 수술 상처의 크기도 거의 차이가 없어 미용적으로 유리하지도 않다. 또, 수술 후 회복시간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따라서, 소아 탈장에 있어 복강경 수술은 의료진의 판단 하에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탈장이 양측에 동시 발생한 경우에는 각각을 절개하는 방법보다 복강경 수술이 훨씬 더 유리하고, 남자 아이에서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 잠복고환이 함께 있는 경우는 복부 안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복강경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장 최근 소개된 소아 복강경 탈장 수술법인 「경피적 봉합술」은 3∼5mm 크기의 카메라만 배꼽을 통해 삽입하고 특수 고안된 바늘로 탈장 구멍을 가장 안쪽에서 봉합하는 방법으로, 10∼20분의 짧은 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마취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기존의 복강경 소아 탈장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존 복강경 방식과 달리, 바늘만 넣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기지 않아 보호자인 부모의 선호도가 아주 높다. 이 치료법을 처음 소개한 민병원 탈장센터 강길호 원장은 "소아 탈장은 고위결찰(최대한 배 안쪽, 복막에 가깝게 탈장 주머니를 묶어주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부위를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단순화시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피적 봉합술은, 소아 탈장 치료의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마취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것이며 향후 적응증을 벗어나 모든 소아 탈장에게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복강경 경피적 봉합술」은, 기존의 소아 복강경 탈장수술보다 수술 시간이 매우 짧고 회복이 빠르며 절개법보다 통증이 적어 당일 퇴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장의 대 원칙, "맞춤형 선택"
탈장은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발생 원인 및 관련 요인이 매우 다양하게 작용한다. 연령, 운동량, 근육 상태, 비만, 폐질환 유무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법을 고려해야 하며 천편일률적인 치료법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 더불어 환자가 원하는 치료법에 대한 요구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여러 탈장 수술법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한 두 가지의 수술법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 현재의 문제점이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가 무엇인지` 판단할 정보가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본인 스스로 알아서 적절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강 원장은 "소아 마취를 위한 팀이나 전문 간호인력, 전문 수술팀, 고령이거나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에 대한 수술 전 협진 시스템 등 탈장을 위한 메가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수술 경험만으로 부족하고 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부풀리기 식의 치료건수 홍보보다 학회를 통한 환자등록사업으로 공식 인증을 받은 전문 의료기관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앞으로 학회와 함께 탈장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메신저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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