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의 멋과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국악인 이안

입력 2016-10-05 17:05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 10월 7일까지 수원문화재단



부지런히 움직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하필 노랗게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 오래된 성곽을 마주하고서야 오늘 이곳에 온 이유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는 곧바로 후회와 원망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 하루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이해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이 전시 중이다. 이번 전시는 10월 7일까지 수원문화재단 지하 1층과 화성행궁 내 유여택에서 관람할 수 있다.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은 올해 처음 개최되어 염태영 수원 시장을 비롯해 많은 관계자가 참석하며 그 의미를 더했다.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은 전국에서 292명의 작품 657점이 출품됐고, 본선 42명, 입선 62명, 디자인상 72명이 수상했다.

잘 쌓인 성벽은 곡선으로 이루어졌고 그 자태는 해 질 녘 더욱 무르익는다. 성벽에 아름다움에 반해 ‘외적이 침입해도 과연 이 성을 침략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던 어린 소녀는 성곽에 ‘나만의 힐링 코스’를 만들어 걸었다. 그 길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고 자연과 고민을 나눴다.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접한 가수 이안은 친구들과 달리 국립국악원 청소부를 꿈꿨다니 ‘나만의 힐링 코스’가 얼마나 그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두었나 싶다.

어릴 적 걷던 그 길은 수원시 한옥마을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곳에 살면서 어떤 문화 콘텐츠를 심을까 고민했다는 이안은 ‘명인 명품 공예대전’을 기획했다. 전통 공예 인들이 찾아오는 터를 만들면 공예품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경연대회가 생기면 작가들이 작품을 가지고 와요. 그만큼 관람객이 모이게 되고, 작가들은 수원시에 공방을 차리면 작품 활동이 활발히 되겠다는 인상을 받게 돼요” 다행히 첫 회 개최임에도 수준 높은 작품과 작가들이 참여했고 성공리에 전시를 하게 됐다.

수원시는 그동안 갈비, 클래식 등 다양한 품목으로 도시를 알려왔다. 곧 수원시 화성 행궁동 일대는 한옥마을이 조성되고 명인들의 공방이 즐비한 도시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은 전국의 숨은 명인들의 참여로 수상 작품들이 수원시에 남게 된다. 앞으로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은 수원시 성곽과 한옥마을, 공예공방에 이어 수원시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남을 전망이다.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의 첫 행보는 수원 터줏대감들의 자랑거리로 드디어 수원을 대표하는 콘텐츠 확립에 힘을 얻었다. 수원시는 전통이 숨 쉬는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에 경연대회로 그 시작을 알렸다. 그 뒤엔 가수 이안이 기획자로 나서며 전통과 미래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가수 이안에게 이 경연대회는 자신에게도 더 큰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됐다.

가수 이안이 걷는 길 앞엔 늘 국악이 있다. ‘풍류를 아는 한량이 되고 싶다’는 계획은 결국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바람이 깃들어 있다. 전시기획과 방송 등 다양한 활동으로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소리를 종종 듣고 있지만, 국악이 있어 그의 행보는 늘 새롭고 뚜렷하다.

가수 이안은 “숨어있는 명인 명장들이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전통만 고수하는 분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고 선물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개발하는 작가들이 이 대회를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장님과 운영위원님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도움으로 이 시대 최고의 작품들을 궁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었어요”

‘대한민국 명인 명품 공예대전’은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전통공예를 개발하고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 작품들을 통해 수원시를 관광도시로 만드는 시도가 내포되어 있다. 전통작품 경연과 새로움,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전통공예가 잘 접목된 디자인과 선물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까다로운 듯 보이는 조건들은 그래서 더 놀라운 작품들로 탄생했다. 시계 속에 나전칠기가 들어가거나 구두에 자수가 접목되기도 했다. 거북이 등껍질을 여러 번 갈고 닦아 정조대왕 화성행차를 재연하는 작품도 있다.

전통공예와 아이디어 작품은 두 곳으로 나눠 전시한다. 전통공예는 행궁 안에서 전시하고 아이디어 작품은 수원문화재단 지하 1층에서 전시하고 있다. 수상작을 보면 누구든지 인상에 남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경연대회는 제1회인 만큼 심사위원들의 냉정한 평가 속에 대상이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작품이 너무 훌륭해서 상을 주는 것이 민폐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수상작들은 수원시 소속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가수 이안은 “재료도 귀하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명인도 상당히 귀한가 보다. 대상 작가분은 40여 년 동안 작업을 해왔고 그동안 대회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요. 첫 대회인데 대상을 받고 수원에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하니까 무척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죠”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갑옷 대신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방탄복도 있어요. 종이를 섬세하게 엮어 만든 작품은 실용성과 기능성 모두 훌륭하다고 평가받았죠. 또 하나는 가방이었는데 해외 바이어들이 보고 놀랐고요. 가방 한 면에 자개를 통째로 장식했는데 과감한 시도였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의 아트 디렉터들과 함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희망을 얻었어요. 특히, 시계 안에 나전칠기가 들어가서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작품은 소장하고 싶을 정도였죠”라며 소개했다.

가수 이안은 제1회에 그치지 않고 해외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아랍 왕궁에서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요. 전통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새로운 작가 리스트로 해외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맥이 끊길 위험에 있는 전통 공예가 많아요. 생활이 되어야 전수자도 생기고 고급기술이 이어져 갈 수 있죠. 이 대회를 통해서 새로운 창작 공예를 하는 분들이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데뷔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분들을 세계적인 작가로 데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1회로 끝나지 않게 지속적인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에요”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전했다.

가수 이안이 전통공예 대전의 기획자로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과거와 현재는 우리 소리와 전통을 놓지 않은 한결같은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어릴 적 장래희망은 국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국립국악원 청소부였고 현재는 가수, 기획자, 진행자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의 미래는 늘 국악 언저리에 남는 것이다.



<방송 10년, 비주류 방송에서 작품상 수상까지>

10년 동안 꾸준히 맡아온 TBS 프로그램 ‘싱싱한 우리 음악’이 한국방송대상 라디오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교통방송에서 국악 콘텐츠는 비인기방송일 수도 있다. 본부장님이 3번 바뀌고 담당 PD 10여 명을 만났다. 주말을 반납하고 빠짐없이 꾸준히 해온 것은 국악이 그의 삶의 에너지기 때문이다. 가수 이안은 “2007년 초에 주말 프로그램 제안이 왔어요. 교통방송에 국악프로그램이 생기는데 주말뿐이지만 하겠냐는 제안이었어요. 주말이 무슨 상관인가요. 청취자가 많고 연령대가 다양했죠. 매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프로그램 이름은 ‘살아 숨 쉬는 이 시대의 국악’을 친근하게 소개하자는 의미예요. 제가 이름을 붙이고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됐죠”라고 전했다.

개편에 흔들림 없이 10년이라는 세월을 10여 명의 PD와 호흡하고 맞춰가는 과정은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주 2일이라는 아쉬운 시간이 매번 감사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 정보를 얻고 음악도 소개하는 일은 큰 보람과 성취를 가져왔다.

가수 이안은 “슬럼프를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상을 받으니 나의 마음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죠. 비주류라고 생각했던 우리 음악이 작품상을 받으니 대단한 프로그램이 TBS 방송국 안에 있다는 점에 뿌듯해하고 귀한 대접을 해주시더라고요. 잠시 ‘누가 듣고는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상을 받아보니 ‘상은 좋은 거구나!’ 깨달았어요. 또, 우리 음악을 잘 듣고 있다는 반응이 많아져서 기가 살았죠. ‘싱싱한 우리 음악’은 많은 PD분이 함께 한 만큼 방송국의 아이 같은 역할이에요. 공동의 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더 큰 미래, 정조대왕 드라마 제작하는 것이 꿈>

사람은 가지고 있는 능력의 10%도 못 쓰고 죽는다고 한다. 이토록 억울한 일이 또 있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가수 이안은 “국악인으로 불리지 않더라도 국악 곁에 있고 싶어요. 새로운 나였으면 좋겠고 세월만큼 변신하는 나였으면 해요”라며 “전통 콘텐츠를 잘 빚어내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가수 이안에게 인생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예상치 못한 답변으로 역시 ‘한량답다’는 생각을 공고히 해줬다. 가수 이안은 “내년에는 드라마 제작과 OST에 참여하고 싶어요”라며 소망을 전했다. “이번에 공예대전을 한 이유도 정조대왕 관련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서 밑바탕으로 공부한 것이죠”라고 답했다. 왜 하필 정조대왕을 점찍었을까. 역시나 의문 가득한 대답 후엔 깊은 생각이 이어졌다. “중학교 때부터 정조대왕을 사모했었어요. 드라마는 총체적인 예술이에요. 드라마 안에 왕이 썼던 붓, 갑옷 등 여러 가지가 공예대전과 연계 돼요. 작품들이 드라마 영상에 담기게 되면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널리 전할 수 있지요”라며 드라마 기획에 관한 꿈을 전했다.

가수 이안은 국악 언저리에 자신의 자리를 위해 지금도 놀고 어울리며 방랑하고 있다. 민들레 꽃씨처럼 바람을 벗 삼아 정착할 곳을 찾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착할 곳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편안할 안(安), ‘좋아하다’, ‘즐거움에 빠지다’란 속뜻처럼 밝은 웃음과 편안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부르는 사람, 듣는 사람이 편안한 음악의 색깔을 담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 해요. 내가 편안해야 편한 음악이 되겠다 싶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여러 가지 시도할 수 있는 지금의 제가 좋아요”라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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