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벤치의 승부수, 악수가 되며 가을야구를 마감하다

입력 2016-10-1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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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2차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KIA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사진=KIA 타이거즈)

회심의 카드가 결국 악수가 됐다.

에이스 양현종을 투입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KIA 타이거즈의 꿈이 무산됐다. 11일 잠실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0-1로 패배하며, KIA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WC 2차전 KIA의 패인은 일차적으로 9회까지 단 1안타(볼넷 6개)의 빈타에 그치 공격력에 있었다. 류제국의 구위도 좋았지만 믿었던 중심 타자들도 터지지 않았던 것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됐다. 그리고 결과론이지만 또 다른 패인은 역시 마운드 운용에 있었다.

KIA 벤치는 9회말 1사 1,2루에서 마무리 임창용을 강판 시켰다. 그리고 이들이 선택한 카드는 지크 스프루일이었다. 만약 KIA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면 1차전 선발이 유력했던 카드였지만 1승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일을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크의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였거나 마운드에 등판할 준비가 된 상태라면 그의 투입은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크가 마운드에서 던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과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와 있었지만 구위나 힘에서는 임창용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지크는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대타 서상우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노수광이 전진 수비를 했기 때문에 KIA는 생명 연장을 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김용의에게 초구 135km의 높은 볼을 던진 후 2구째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면서 최악의 결과를 내고 말았다.

기대했던 시나리오대로 이끌어주지 못한 지크도 책임은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벤치에 있었다.

만약 지크를 투입하려 했다면 경기가 중반에 돌입했을 때부터 준비를 했어야 했다. 지크는 올 시즌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줄 곧 선발로 뛴 인물이었다. 따라서 과거 로페즈처럼 혹은 윤석민처럼 불펜으로 갑작스러운 등판이 어려운 유형의 투수였다. 벤치에서 언제부터 등판을 준비시켰는지 모르겠으나 마운드에 올라와 보여준 피칭 모습으로는 정상적인 상황은 분명 아니었다. 만약 교체가 불가피했다면 다른 카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차피 지크도 상대를 압도할 힘이 없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지크가 준비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으나 당시 상황으로 KIA에서 가장 강력한 볼을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볼 스피드로는 한승혁이 있겠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카드다. 그렇다면 마운드에 올라와 있던 임창용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비록 노수광의 호수비로 위기에서 탈출하기도 했으나 임창용은 최고 151km의 빠른 볼을 구사하는 등. 힘으로나 경험으로도 상대를 압박하기에 충분한 카드였다.

어차피 모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크보다 임창용을 믿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선택이 됐을 것이다. 최소한 힘과 힘으로 붙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에서 ‘만약’이라는 것은 없다. 다만 순간의 선택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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