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집어삼킨 `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가 2017년도 예산안의 세부 심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융성 사업 예산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등에 최 씨와 측근들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관련 항목이 정치권 안팎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 씨의 개입설이 나오는 관련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대대적인 칼질이 예고되고 있다.
예산결산특위가 오는 31일부터 진행하는 부별 심사와 내달 3일부터 시작하는 소위 심사에서는 `최순실 예산`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번주 파문의 수습책과 특검 방식 등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예결위와 일부 상임위마저도 `최순실 예산 청문회`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최순실 예산을 찾아내는 데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야당이 가장 문제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최 씨가 사업의 틀을 만드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문화융성 사업 예산이다.
특히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 전체예산 1천278억원이 주요 타깃이다.
관련 예산 중 벤처단지 구축 및 운영 증액예산 164억원, 지역거점형 문화창조벤처 단지조성 98억원, 문화창조벨트 글로벌허브화 169억원, 문화박스쿨 45억원 등 총 580억원이 이미 삭감 리스트에 올라있다.
해외원조사업으로 최 씨가 미르재단을 통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코리아에이드 예산 143억원도 전액 삭감 대상이다. 올해 50억원에서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행정안전부의 새마을운동 자원사업 예산 72억원도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
여기에 국민의당은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 예산 120억원도 `범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하고 있다.
야당은 위풍당당코리아벤처펀드 예산 440억원에 대해서도 삭감을 벼르고 있다.
또한 K스포츠 재단과 연관 의혹이 제기된 태권도 진흥사업 관련 예산 10억원도 화살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 정책위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최 씨와 관련된 예산을 철저히 파헤쳐 국정농단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의당 정책위 한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면서 최순실 예산을 도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당은 속내가 복잡한 기류다.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도 최순실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지난 28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야당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 1천278억원의 전액 삭감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야당에 끌려갈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야당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경우 정부가 짜놓은 예산안의 정당성을 여당이 부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은 코리아에이드 등 ODA 예산과 새마을운동 예산은 이번 파문과 무관하게 야당이 이전에도 문제를 제기해온 항목이라며 정치공세성 삭감 시도로 보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정책위 한 관계자는 "야당은 지금 최순실 예산의 `사돈의 팔촌`까지 삭감하자는 것인데 그대로 들어줄 수 없다. 국민 앞에 드러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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