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력에 비해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인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아왔습니다.
국내외 기관들은 주요 그룹들이 진행하고 있는 후계 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저평가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어서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소버린, 칼 아이칸에 이어 엘리엇 매니지먼트까지.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을 흔드는 건 후계 승계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그만큼 취약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는 IMF 위기 이후 크게 개선됐지만, 2008년을 전후해 정체 상태에 있다는 게 국내외 기관들의 평가입니다.
아시아지배구조협회(ACGA)와 CLSA증권이 평가한 지난해 우리나라 지배구조 순위는 8위로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함께 최하위권에 해당합니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지난달 발간한 국제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투자자 보호 수준은 말레이시아, 터키보다 낮았고, 감사 강도나, 제도적 효율성에서 모두 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우리나라의 최근 지배구조 변화를 보면 주로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데, 이 과정에서 3세 주주나 지배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외부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의사결정들이 많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보고서에서도 주요 대기업들이 주주권익 보호에 취약하다고 지적합니다.
경영 투명성을 볼 수 있는 이사회구조, 경영진 보상, 주주 친화정책, 이사 감사 선임 등 4가지 분야에서 1등급을 받은 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의 11%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와 신한금융지주만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SK하이닉스는 최하위권,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현대차 등은 이사회 구성과 주주 권익을 보호에 소홀하다고 평가받았습니다.
ISS 보고서에 의존하는 해외 투자기관들은 국내 기업에 대해 지분을 사들여도 주주 이익이 훼손될 걸 우려해 투자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다.
국내 증권사들도 보고서를 통해 삼성그룹과 현대차, SK그룹이 경영권 승계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국회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주주권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책임 경영과 투명성을 높여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야하는 전환점에 놓여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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