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주말인 5일 열린다. 상당한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돼 경찰도 경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일 경찰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진보진영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5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개최한다.
5일 집회와 행사는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리는 백남기 농민 발인으로 시작한다. 오전 9시 명동성당에서 장례 미사가 치러지고, 이후 백씨가 쓰러진 종로1가 서린로터리까지 시신을 운구한 뒤 노제를 지낸다. 오후 2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영결식이 거행된다.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은 통상 사전에 정보망을 가동해 집회 규모를 대략 예상한다. 참가 인원과 집회 분위기 등에 따라 경비대책이 달라진다. 인력과 장비를 얼마나 투입할지, 어느 지점에 경찰력을 집중할지 등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 불거진 이후 촛불집회는 규모 예상이 어려워 경찰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주최 단체들이 참가자 조직에 나서는 기존 집회와 달리 단체들과 무관한 시민들이 대거 참가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앞서 10월29일 열린 1차 주말 촛불집회는 주최 측 신고 인원이 2천명이었다. 경찰은 대통령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점을 고려해 최대 4천명 수준을 예상했다. 뚜껑을 여니 경찰 추산으로만 1만2천명(주최 측 추산 2만명)이 참가했다.
이런 흐름은 2008년 전국을 뜨겁게 달군 광우병 촛불집회 초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소규모로 계획된 집회에 어린 학생과 `유모차 부대` 등이 자발적으로 가세한 것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 계기가 됐다.
비선 실세 의혹에 관한 여론의 분노가 워낙 강한 터라 5일 2차 집회 규모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주최 측은 5만명, 경찰은 3만∼4만명 참가를 예상한다.
집회가 격해지고,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 방면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1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유연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시위대를 자극하는 일은 최대한 피한다는 방침이다.
광화문 광장 북단은 청와대를 목전에 두고 있어 경찰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인 만큼 그 이상을 시위대에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1차 집회에서도 광장 북단에 차벽을 설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만 시위대와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살수차가 투입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날은 작년 이맘때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영결식도 예정된 터라 살수차가 등장했다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1차 집회에서 경찰은 시위대의 청와대 방면 진출을 차단했으나 "나라를 걱정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방송까지 해 가며 준법을 당부할 만큼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 표현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직접 주문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집회가 과격 양상을 띨 것으로 내다볼 만한 분위기는 아닌 만큼 경찰은 당일 상황에 따라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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