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의리를 선택한 한화, 팬들과 의리는?

입력 2016-11-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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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사진=한화 이글스)

의리를 선택한 한화에게는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시즌 종료 후, 김성근 감독의 거취에 이어 2군 선수단에 지나친 규제, 권혁의 수술 문제등이 붉어지면서 한국시리즈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도 한화는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상황이 사실이라면 매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감독 교체가 이루어질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한화는 3일 김성근 감독을 재신임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역시나 한화에게 계약 기간 내에 감독을 경질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감독 교체가 무조건 해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차피 한화라는 팀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시즌 동안 김성근 감독의 선수단 운영을 생각한다면 한화의 결정은 매우 위험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부임시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은 체질 개선이었다. 유망주들을 육성하면서 수년간 바닥에 있던 팀을 정상화 시켜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팀 순위 혹은 승률은 이전보다 향상됐을지 모르나 선수단은 이전보다 더 황폐해졌다. KBO 규약의 맹점을 이용해 많은 선수를 보유하려다가 젊은 유망주들이 팀을 자연스럽게 떠났다. 물론 유망주로 꼽히던 선수들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해 바로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자원이 부족하다는 한화는 더욱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주력 투수들은 거듭된 혹사 속에서 차례로 수술대에 오르거나 부상으로 나가떨어졌다. 게다가 매년 겨울 FA를 통해 투수를 영입했으나 성공 사례는 권혁 하나뿐이다. 권혁 역시 지나치게 많은 등판을 하면서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설들은 단순히 설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그치지 않는다. 이미 2시즌 동안 80-90년대 보여줬던 혹사 야구를 하면서 모든 이들에게 문제점을 보여줬다.

내년 시즌이라고 해서 김성근 감독의 야구철학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화가 재신임을 선택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분명 한화는 김성근 감독에게 계약 기간을 보장하면서 의리(?)를 지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팬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지 않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흥행에는 분명 성공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평생 한화 감독으로 팀을 이끄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현재에는 유망주들이 이탈하고 성장하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그것은 김성근 감독이 책임져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했을 때, 또한 한화 팬들은 수년간 마음을 비우고 한화를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누가 책임질까?

한화는 김성근 감독 재신임과 함께 신임 단장에 박종훈 전 LG 트윈스 감독을 선임했다. 구단에서는 박종훈 신임단장을 통해 선수단의 효율적인 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상처럼 현실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박종훈 신임단장이 OB에서 현역생활을 할 때 김성근 감독은 OB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한 때 감독과 선수의 관계였다. 물론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성향으로 과연 감독과 단장의 역할이 분리되며 유기적인 관계가 형상될 수 있을까?

구단에서는 김성근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지금까지 2시즌 동안 그 누구도 김성근 감독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박종훈 신임단장이 소신껏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어려운 위치다.

의리를 지키는 것은 좋다. 다만 의리를 지키는데 있어서 왜 팬들은 배제하는 것일까? 현재로써는 위험한 선택을 한 한화, 과연 내년 시즌에는 잡음 없이 선수단을 운영할 수 있을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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