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시위`라는 거센 민심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돌파의 출구로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퇴로가 막혀 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 대표가 14일 저녁 당내 반발로 하루 뒤 열릴 예정인 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이제부터 야권이 단일 대오로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향한 압박 수위를 올릴 예정이어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정국 수습을 위해 제시한 `국회 추천 총리` 카드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표명해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에 대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과 책임까지 내려놓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였다.
대신 여야가 합의해 추천한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확실히 보장하고 거국중립내각 취지를 살림으로써 야권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었다.
이는 외교와 안보 등 대통령의 `외치(外治)` 권한은 그대로 행사하겠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어 야당의 반발을 불러왔지만, 대화 창구가 마련되면 추가권한 이양이나 탈당 논의를 통해 극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주말 촛불집회에 주최측 추산 100만명이 몰릴 정도로 민심이 악화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야당들이 더욱 강경 모드로 기울면서 청와대가 기대하는 정치적 해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향후 정국을 주도할 제1야당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요구를 공식 당론으로 정해 압박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박 대통령으로서는 출구를 찾기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비주류를 중심으로 탄핵이나 하야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어 의도대로 정국을 풀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16일 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과 박 대통령의 대기업 총수 면담 등과 관련,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어 박 대통령은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당장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다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즉각 하야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야에서 구성하는 거국중립내각에 전권을 내놓고 임기 단축을 받아들이는 `질서 있는 퇴각`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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