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대출의 66%가 다중채무잔액에 해당돼 시장금리 상승기에 부실화 우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예금보험공사 금융리스크리뷰 가을호에 기고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6월말 기준 저축은행 다중채무 가계대출 잔액은 약 13조3천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20조1천억원(나이스평가정보 기준)의 66%를 차지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저축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권 대출자 중 연 소득 3천만원이 안되는 저소득층의 비중은 1분기 기준 33.6%에 달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 트럼프 당선과 더불어 12월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어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자 대출 비중이 많은 저축은행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금리 법정한도 인하…무리한 대출확대 우려
올해 3월 법정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로 무려 7%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보통 30%대로 취급되던 개인신용대출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소액신용대출을 줄이고 나머지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실제 저축은행 업계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2년새 증가세를 이어오다 6월말 1조1천억원으로 6개월전에 비해 78억원 오히려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저축은행 대출잔액은 3조9천억원 급증해 최근 2년새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소액신용대출에서 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지자 신용대출의 단위규모를 늘리고, 담보대출과 기업대출 등 나머지 대출을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추정됩니다.
류 연구위원은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양적확대 전략을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은행권이 대출을 기피하는 시류를 틈타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금리간격 좁아져…업권 경쟁은 심화
이렇게 저축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업권은 다른 업권과의 금리간격이 좁아지면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도입된 중금리대출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과 캐피탈, P2P회사 등이 모두 15%내외의 중금리 개인신용대출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특히 은행의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 대출`은 저축은행의 `사잇돌2 대출`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높아 저축은행 5~6등급 우량 고객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예보 금융리스크리뷰 보고서는 저축은행들이 무리한 경쟁으로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용위험을 줄이기 위한 빅데이터 신용평가 기법 개발과 모집인 비용 절감 등 전반적인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부촌(富村)에 몰리는 저축은행…"서민금융은 옛말"
저축은행 수도권·대형화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의 자산비중은 3년전 33.9%에서 현재 42.9%로 불어났습니다. 조만간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저축은행 자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상위업체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저축은행 지점들의 분포를 보면,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과 서초, 송파, 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에 위치한 지점이 전체 122개 지점 중 59개(48.3%)로 절반에 달합니다. 강남 4구에 위치한 지점이 가장 많은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과 HK저축은행으로 각각 6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하나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이 각각 5개, 대신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각각 4개 순이었습니다. 또 서울에서 영업하는 저축은행 28개사가 취급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약 11조7천억원으로 전체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 16조6천억원의 70%가 넘었습니다.
수익성 악화로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이라는 정체성 마저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금리상승기를 맞아 다중채무자 증가와 경쟁 심화 등으로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고조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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