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후반 교체투입-동점골 AS-역전승 PK 유도' 이동국-손흥민의 평행이론

입력 2016-12-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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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팀의 주득점원으로 맹활약 중인 이동국과 손흥민(사진 = 전북 현대, 토트넘 홋스퍼)

축구공은 둥글고 세상에는 놀라운 일이 너무도 우연하게 일어난다. 여기 축구장에서 보기 드문 평행 이론이 만들어졌다.

그 주인공은 지난달 19일(토) 오후 전주성에서 맹활약을 펼친 전북 현대 골잡이 이동국과 20일(일) 새벽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펠레 스코어 역전 드라마를 만든 손흥민이다. 후반전 교체선수로 나온 두 선수는 나란히 동점골을 돕고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만드는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축구장의 아름다운 기운이 아득히 멀리까지 날아가 이어지는 듯 보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FC가 한국 시각으로 20일 오전 2시 30분 런던에 있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3-2 펠레 스코어 대역전승을 거두고 6승 6무 무패 기록을 이어가며 5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홈 팀 토트넘은 후반전 중반에 골잡이 빈센트 얀센의 반칙으로 페널티킥 추가골(68분, 마누엘 란지니)을 내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무승부 기록이 비교적 많아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패배 기록이 없는 팀이었기에 토트넘 벤치는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포체티노 감독은 72분에 중앙 미드필더 무사 뎀벨레를 빼고 날개공격수 손흥민을 들여보냈다. 이것은 거짓말같은 신의 한 수였다. 89분에 손흥민이 왼쪽 엔드라인 바로 앞에서 왼발 터닝 크로스를 보내주었고 웨스트햄 골키퍼 랜돌프의 손끝에 맞고 흐른 공이 골잡이 해리 케인 앞으로 굴러와 동점골을 쉽게 굴려넣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토트넘 팬들은 만족할 정도였다. 승점 0점에서 승점 1점만이라도 얻는다는 것, 그리고 무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축구장의 추가 시간은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도 손흥민이 주역이었다. 90+1분, 역시 왼쪽 측면을 파고든 손흥민이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손흥민의 왼쪽 발목을 걸어 넘어뜨린 선수가 85분에 웨스트햄의 승리 굳히기를 위해 들어온 수비형 미드필더 하바드 노르트바이트였다. 그래서 양쪽 벤치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이 절호의 역전승 기회를 해리 케인이 놓칠 리 없었다. 그의 오른발 킥은 왼쪽 구석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3-2 펠레 스코어 역전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다 잡은 승리를 코앞에서 놓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종료 직전에 윈스턴 리드가 고의적인 반칙으로 퇴장당하는 일까지 겪어야 했다. 이로써 토트넘 홋스퍼는 6승 6무의 기록을 이어가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밀어내고 5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손흥민의 이 맹활약은 불과 7시간 30분 전에 한국의 전주성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전북 현대 2-1 알 아인 FC(UAE) 역전승 과정에서 전북 골잡이 이동국이 보여준 활약과 여러모로 닮아서 `축구장 평행 이론`의 근거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팀이 뒤지고 있는 시점(전북 현대 0-1 알 아인 / 토트넘 홋스퍼 1-2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후반전 교체(이동국 65분, 손흥민 72분) 투입` 후 `동점골 어시스트(이동국 70분, 손흥민 89분)`, `역전 결승골 페널티킥 유도(이동국 77분, 손흥민 90+1분)`라는 맹활약 내용이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의 지원을 받은 선수(전북 레오나르도 2득점, 토트넘 해리 케인 2득점)가 나란히 멀티 골을 기록한 것까지 일치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축구장은 이렇게 보고도 믿기 힘든 기운이 이어지며 또 흘러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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