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경제 및 증시··'망치는 국가'와 '잘하는 국가'

입력 2016-12-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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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다.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뉴 앱노멀’ 시대라 별도로 구분해 부른다. 이럴 때 한 나라의 경제는 대통령(의원내각제는 총리)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한국이 속한 신흥국일수록 더 그렇다.

대통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경제가 망가지는 국가가 의외로 많다. 선진국에서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울랑드 대통령이다. 올 들어 국가기밀 누설, 역외탈세 등이 잇달아 겹치면서 국민지지도가 박근혜 대통령(최근 3주간 5%)보다 낮은 4%까지 떨어졌다. 낮은 국민지지도로 내년 4월에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는 못나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일 탄핵시위에 쫓기고 있는 울랑드 대통령이 테러, 난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나라 안팎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경제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이 다시 10%대로 치솟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완화정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다른 유로 회원국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경제는 퇴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부패를 저지르는 그 자체가 나쁜 일이지만 부패를 저질러 놓고 전·현직 대통령 지지층 간에 누가 많고 적으냐를 놓고 싸우는 국가도 있다. 브라질이다. 전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사건에 휘말리면서 올해 8월말에 탄핵당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우리와 달리 브라질은 대통령이 탄핵으로 유고될 때에는 차기 선거를 치르지 않고 부통령이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돼있다. 지난 9월 취임한 미세우 테메르 대통령도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같은 부패를 저지르고 누구는 쫓겨나고 누구는 괜찮느냐를 놓고 호세프 지지층이 연일 시위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다.

2014년 상반기 이후 국제유가 추락과 심각한 부패문제 등이 겹치면서 브라질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이 -3.8%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유가 회복과 호세프 탄핵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이너스 성장 폭이 둔화될 조짐을 보였으나 지난달 중순부터 ‘재둔화(double dip)’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너무 많이 퍼주다가 탄핵에 몰리는 대통령도 있다. 베네주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라 대통령이다. ‘장기집권’이라는 오로지 개인 목적만을 위한 정치 포퓰리즘적인 재정지출로 국고가 바닥난 지 오래됐다. 이달 말에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에서 감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채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추락하기 시작한 2014년 1분기 이후 베네주엘라 경제는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에 근접할 정도로 가히 ‘살인적’이다. 더 이상 생활고에 참지 못한 베네주엘라 국민은 한편으로는 마두라 탄핵시위에 연일 가담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경을 탈출해 조국을 등지고 있다.

국민의 높은 지지도가 바탕으로 갑 질을 일삼다가 재추락하는 대통령도 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올해 5월에 치러진 대선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기반이 취약했다. 이 때문에 취임 초기에 승부수로 던진 강력한 마약사범 단속이 성공하면서 국민의 지지도가 91%까지 이상 급등했다. 여론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전 국민의 지지도를 받은 셈이다.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이후가 문제다. 높은 국민의 지지도를 편승해 내부적으로는 인사 등에 무리수를 둠에 따라 국민의 불만(최근 국민지지도 80% 밑으로 하락)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외교정책으로 미국 등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올해 3분기까지 7% 이상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경제도 4분기 들어서는 둔화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줄을 잘못 섰다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이후 수세에 몰리는 대통령도 있다. 올해 4월에 발표됐던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역외탈세 협의로 국민지지도가 급락한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센코 대통령은 9월 이후 재침공하는 러시아를 막기 위해 힐러리 클런턴 민주당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목숨을 걸었던 힐러리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포로센토 대통령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년 전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태동됐던 신냉전 시대가 종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만큼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비선 조직에 의해 경제가 망가지는 국가도 있다. 2009년에 취임한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인도의 굽타 그룹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인이 우승하는 횟수가 많은데서 유래)’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괜찮아 보이지만 비선 조직인 인도 굽타 그룹의 국부유출로 남아공 경제는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 ‘종속 이론’을 태동시켰던 1970년대 중남미 경제와 비슷한 상황이다. 경제주권을 되찾기 위해 시작된 주마 대통령 탄핵시위가 이제는 범국민 운동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당초 기대와 달리 국가지도자 역할을 잘해 경제도 살리고 집권 후반기에 자신의 지지도가 더 울라가는 대통령도 있다. 재정위기, 난민, 테러 등 수많은 유럽의 난제를 충대를 메고 풀어가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가정을 위해 직접 장(場)보는 일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지지도가 더 견고해지고 있다. 경제도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탄탄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높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국정운영’으로, 전임자 시절에 경제위기에 몰렸던 아이슬란드의 구르마 요하네슨 대통령은 연봉 인상을 단칼에 거절해 국민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트럼트 당선인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집권하기 시작하면 당초 우려와 달리 미국 경제가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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