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준 이노버즈미디어의 SNS 분석툴에 따르면 페이스북 팬 수 상위 50위권 안에 포함된 금융사는 신한카드 단 한 곳뿐이다.
10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100만 팬을 보유한 신한카드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고 200위권으로 확장하면 43만 팬을 보유한 신한은행이 169위에, 39만 팬을 보유한 롯데카드가 183위에, 37만 팬을 보유한 비씨카드가 193위에 링크돼 있을 뿐이다.
보수적인 금융산업에서 신한카드는 왜 SNS에 집중하게 됐으며 또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SNS 담당자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 신한카드 SNS랩 원성준 랩장(가운데)과 성슬기 대리(왼쪽))
◇ 뒤늦은 시작 빠른 성장..`정도(正道)`를 지키면서 소통하기
신한카드의 SNS 진입 시점은 2014년이다. 경쟁사나 다른 산업군이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SNS에 뛰어든 것에 비하면 2년이나 늦었다.
당시 위성호 대표이사는 신한카드 브랜드가 좀 더 젊은층과 가까워지길 원했다. 그 때 브랜드 기획팀 아래 `SNS랩`이라는 별도의 조직이 꾸려져 본격적으로 SNS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빠르게 성장해 지난달에 페이스북 100만 팬 돌파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신한카드는 현재 블로그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세 가지 채널만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운영채널을 선택할 당시 `젊고 세련되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이미지 구축`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채널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시 카카오스토리는 인스타그램보다 사용자가 많았지만 연령 타깃이 목표에 맞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사용자 이탈이 많을 것으로 신한카드는 전망했다. 또 직설적인 트위터는 보수적인 금융을 세련되게 표현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패션피플이 주로 사용하던 인스타그램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고 신한카드의 이미지를 젊고 세련된 트렌드 리더로 표현하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초기 사진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등 인스타그램을 공격적으로 키워왔다.
그 결과 여타 브랜드들 특히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해 신한카드는 이제 사진작가의 도움 없이도 신한카드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잡혔다.
(▲사진=신한카드 인스타그램 화면 캡쳐)
페이스북은 가장 대표적인 채널인 만큼 신한카드의 브랜드를 잘 담아내기 위한 콘텐츠를 주로 개발한다.
성슬기 SNS랩 대리는 "앱카드 브랜드 `판(FAN)`과 캐릭터 `판귄`을 비롯해 고객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상품개발 체계 코드나인(Code 9) 등 신한카드의 다양한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한카드 SNS에는 신한카드의 캐릭터 판귄 등장하는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를 자주 볼 수 있다. 또 콘텐츠 카테고리명도 <Code`s PICK> <Code’s 레터>
<Code`s PICK>은 맛집이나 전시회 콘텐츠,
원성준 랩장은 "내가 소비하는 것들이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각 코너의 특성에 따라 제작한다"며 "특히 20대 중후반을 타겟으로 이들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시리즈물을 주로 기획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 적절한 경품이벤트와 효율적인 광고집행이 더해져 100만 팬까지 꾸준히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신한카드 페이스북 화면 캡쳐)
◇ 빅데이터와 결합한 `똑똑한` 콘텐츠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200만 고객들의 카드사용 내역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트렌드를 연구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어 회사의 전략을 짜는데 활용한다.
트렌드 연구소의 연구결과는 SNS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활용된다.
지난 2월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콘텐츠를 준비하던 SNS랩에서는 발렌타인데이 때 남녀의 소비 행태가 궁금했다.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어서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 검증이 필요했다.
SNS팀은 트렌드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2,200만 고객들의 소비트랜드를 분석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여성들은 평소보다 8.7% 지출이 늘었고 남성 역시 6.6%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남성들은 외식비용에서 10% 이상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들의 백화점 소비 상위 20개 브랜드를 분석한 결과 6개가 여성 브랜드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발렌타인데이 때도 여자친구를 위해 돈을 쓰는 남성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신한카드 페이스북 WE TALK 빅데이터 콘텐츠 화면 캡쳐)
발렌타인데이는 젊은 사람들의 이벤트로만 인식하기 쉽지만 60대의 초콜릿 관련 지출도 32%나 증가했다는 결과는 사랑을 표현하는 일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외에도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하는 화이트데이와 비교한 결과 화이트데이의 지출이 발렌타인데이 보다 무려 500억 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벤트에 여성보다 남성의 소비 규모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재미있는 분석은 SNS 콘텐츠로 만들어져 팬들의 흥미를 끈다.
야구시즌에는 홈팀이 이기면 대체로 경기가 끝난 후 구장에서 축배를 위해 맥주소비가 얼마나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롯데팬들은 경기에서 져도 맥주소비가 늘어난다는 재미있는 내용이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원성준 랩장은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결과가 나오거나 속설을 최초로 검증하는 등의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SNS 콘텐츠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며 "이를 위해 트렌드 연구소와 수시로 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 사진 = 신한카드 페이스북 WE TALK 빅데이터 콘텐츠 화면 캡쳐)
신한카드의 콘텐츠는 자극적이지 않다. SNS를 잘한다는 브랜드들이 10대들의 언어와 센스, 신기한 동영상, 독특한 콘셉트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것에 비하면 신한카드는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원성준 랩장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은 스스로 팬의 범위를 좁히고 팬들의 흥미가 떨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콘셉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험을 갖고 있다"며 "신한카드는 2,200만의 회원을 모두 염두한 중도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앞으로는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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