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금융개혁, 그리고 금융개혁의 마지막 남은 과제 `성과연봉제`.
끝내 금융공공기관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습니다.
12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7개 시중은행들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어느 한 곳도 앞장서지 않고, 어느 한 곳도 뒤쳐지지 않게 같은 날 성과연봉제 도입을 처리한 것입니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회 의결안에는 `성과연봉 비중은 총 연봉의 최대 30%,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성과급 차등폭 2배 이상, 호봉제에서 연봉제로의 전환` 등 큰 틀에서의 성과연봉제 방향과 원칙만 포함되어 있고, IBK기업은행 사례처럼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과연봉제 시행은 2018년 1월로 시간을 둔 만큼, 남은 1년 동안 노조와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같은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은 앞서 지난 8월말 시중은행들이 금융노조와의 협상을 중단하고 사용자협의회를 일제히 탈퇴했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은행들은 개별 노조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금융노조와 일부 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 시기와 맞물리면서 성과연봉제에 대한 은행권 사측과 노조측의 협상은 거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여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일면서 사실상 정부가 `식물 상태`에 빠지자 성과연봉제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수 과제"라는 은행장들의 공감대는 변함이 없었고, 성과연봉제 총대를 멘 임종룡 위원장은 "해를 넘기지 말라"는 지침을 일관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한 은행의 고위급 임원은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날짜를 맞추기는 어렵다"면서 "금융위에서도 `성과연봉제 연내 통과`라는 당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를 넘기지 말라는 가이드라인과 함께 사실상 디데이(날짜)를 정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 같은 정국에, 성과연봉제 강행을 종용하는 임종룡 위원장의 뚝심은 진일보적인 금융을 만드는 도움이 될까?
임종룡 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금융개혁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 두고, 도 넘은 개입을 이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물론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입사 연차가 높으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은행권의 호봉제가 지나치게 많은 인건비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핀테크로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한국 금융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성과연봉제에 대한 논의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임종룡 위원장은 연초 2단계 금융개혁의 첫 걸음으로 성과연봉제를 꺼내면서 "필요하다면 당국이 직접 노조와 이야기에 나서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져버림과 동시에 노사 대화의 통로를 차단하고,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으로 `성과주의 문화`의 의미도 퇴색시켜 버렸습니다.
연내 금융개혁을 완료했다고 자화자찬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과연 진정한 완성일지, 시장 자율에 맡기지 못하고 정부의 성과를 위해 성과연봉제 당위성을 스스로 약화시킨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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