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본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여의도 증권가의 마지막 주식 시세 전광판도 37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대신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이 명동과 강남에 새 둥지를 틀면서 탈 여의도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336개 종목이 한 번에 표시되는 대형 시세전광판.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 양재봉 명예회장이 지난 1979년 업계 최초로 설치한 겁니다.
이후 시세전광판은 증권가에서 유행처럼 번져 투자자들이 객장 시세전광판 앞에 모여 실시간 주가 흐름을 지켜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보편화되면서 객장을 찾는 투자자의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유지와 관리비도 적잖게 들면서 시세전광판은 증권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대신증권이 명동 이전을 앞두고 고심 끝에 시세전광판을 운영하지 않기로 한 배경입니다.
<인터뷰> 박규상 대신증권 영업부 상무
"37년간 운영됐는데, 전광판 운영업체들이 없다 보니 관리, 유지하기가 어려운 시점이 됐다. 객장 어르신께 양해 말 드리고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명동 신사옥) 새로운 터전 하에서 여의도 못지 않게 도약할 수 있는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이 여의도를 떠나 명동 시대를 예고했지만, 증권사들의 ‘탈 여의도화’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옛 동양증권(현재 유안타증권)은 지난 2004년 여의도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을지로로 짐을 옮겼습니다.
미래에셋증권도 2011년 기존 미래에셋생명이 소유하고 있던 여의도 본사를 떠나 을지로로 자리를 옮겼고, 2009년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이전한 삼성증권은 올해 안에 삼성 서초사옥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미래에셋증권과 통합을 진행중인 미래에셋대우도 양사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으로 본사를 옮깁니다.
금융 관련 시스템이 전산화되면서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들과 증권사들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을 필요성이 줄어든 데 따른 겁니다.
<전화인터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IT 기술 발달도 주문체결 속도 부분도 굳이 여의도에 있을 이유가 많이 줄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증권사들이 여의도 대신에 IB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광화문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증권사들이 온라인 판매채널에 집중하고, 자산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오히려 고객 접근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탈 여의도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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